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6'의 간판은 게임사가 아니다. AI 채팅앱 '크랙'을 운영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다. 비게임사가 지스타 메인스폰서를 맡은 것은 행사 개최 이래 처음이다.
그동안 메인스폰서는 넥슨과 NC,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등 주요 게임사들이 맡아왔다. 지스타조직위원회는 "산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두 키워드는 AI와 내러티브"라며 크랙을 최적의 파트너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뤼튼은 크랙의 성격을 묻자 "게임물이 아닌 AI 대화형 콘텐츠 서비스"라고 답했다. 크랙은 앱마켓에서도 게임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분류돼 있다. 크랙에서는 대화와 이미지 생성 등에 '크래커'라는 유료 재화를 사용한다. 웹에서는 크래커 1개가 1원이다. 뤼튼은 크래커가 게임 아이템이 아니라 플랫폼 기능을 이용하기 위한 서비스 내 재화라는 입장이다.
지스타 후원만으로 크랙을 게임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회사가 게임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서비스가 시장에서는 국내 최대 게임행사의 중심에 섰다는 점은 AI 채팅앱의 모호한 위치를 보여준다.
이용 문법도 게임과 닮았다. 이용자는 AI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들고 대화와 선택으로 이야기를 바꾼다. 크랙은 이용 행위를 '플레이'라고 표현하고 출석 보상과 배지, 사용자 랭킹으로 반복 접속을 유도한다.
수익모델도 모바일 게임과 비슷하다. 크랙 이용자는 유료 재화로 대화와 이미지 생성, 고급 대화 모드를 이용한다. 또 다른 AI 채팅앱 제타는 대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 제거와 이미지 생성 등에 유료 재화를 받는다. 이용시간과 반복 결제를 늘리는 구조다.
크랙은 지난해 12월 유료 크래커를 걸면 확률에 따라 2~100배를 얻거나 전부 잃는 '크래커 굽기' 이벤트를 열었다. 연령 제한 없이 시작된 이벤트는 사행성을 우려한 이용자 민원이 접수되면서 2일 19시간 만에 종료됐다. 뤼튼은 미성년자가 이벤트에서 소진한 유료 크래커를 전액 크래커로 보상하고 유사한 이벤트를 다시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벤트 종료 7개월 뒤인 지난 7월 크랙의 이용자는 80만명, 실행 횟수는 1억2200만회로 집계됐다. 제타는 이용자 428만명이 20억800만회 실행했다. 챗GPT의 18억1700만회보다 이용횟수가 높았다.
지난 18일 기준 크랙과 제타는 구글플레이 엔터테인먼트 부문 최고 매출 순위에서 각각 6위와 8위다. 게임을 제외한 전체 앱으로 범위를 넓혀도 각각 15위와 17위다. 크랙은 웨이브와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보다 높은 순위에 올랐다. AI 채팅앱이 게임 이용자의 시간과 결제를 두고 경쟁하는 몰입형 콘텐츠로 성장한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AI와 대화하는 기능만으로 게임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유료 재화를 사용하고 확률에 따라 재화의 획득과 손실이 결정되는 구조는 게임성을 판단하는 중요 요소라고 밝혔다.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하는지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크랙은 게임물 등급분류를 신청한 적이 없다. 게임위나 다른 정부 기관이 크랙의 대화와 스토리, 유료 재화, 배지와 랭킹, 확률 이벤트 등을 종합해 게임물 해당 여부를 판단한 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