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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연구 성과가 논문·특허에 그치지 않고 창업과 시장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민병권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연구전략본부장은 그 해법으로 △연구자 지분 참여 창업 △학생·포닥(박사후연구원) 창업 지원 △시니어 연구자 활용 △마일스톤형 기술이전 △공공특허 이원화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민병권 본부장은 26일 경북 경주 라한셀렉트에서 열린 '2026 공공기술 사업화 컨퍼런스(PTC Korea)'에서 '연구현장에서 얻은 기술사업화 인사이트'를 주제로 이 같은 제언을 내놨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20여 년간 인공광합성·이산화탄소 전환 연구를 이끌며 다수의 대형 기술이전을 성사시킨 그가 이론이 아닌 현장 경험에서 도출한 과제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민 본부장 연구팀은 2015년 나뭇잎의 광합성을 모방해 햇빛·물·이산화탄소로 화학원료를 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인공광합성 디바이스를 선보였다. 태양전지 기술과 탄소 포집·전환(CCU) 기술을 결합한 성과였다. 초기엔 "쓸데없는 연구"라는 핀잔도 들었지만, 성과가 한 일간지에 소개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연구비와 인력 지원이 잇따랐고, 7~8명 규모의 선임연구원과 팀을 꾸리면서 성과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성과는 실제 사업화로 이어졌다.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 에틸렌 생산기술은 LG화학에, 용액공정 기반 CIGS(구리(Cu)·인듐(In)·갈륨(Ga)·셀레늄(Se) 원료로 만든 화합물 반도체 박막) 태양전지 기술은 파루에 이전됐다. 연구팀은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2017·2020·2022·2023·2024년 등 다섯 차례 선정됐다.이런 현장 경험이 이번 정책 제언의 밑바탕이 됐다.
민 본부장이 첫 번째로 꼽은 과제는 '연구자가 지분을 갖고 참여하는 창업'이다. 그동안 이해충돌방지법에 막혀 있던 연구자의 창업기업 지분 취득을 허용하는 특례가 최근 관련법 개정으로 마련됐다.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로 창업하거나 기술을 이전하는 경우, 연구자가 취득하는 주식·지분에는 이해충돌방지법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골자다. 민 본부장은 "우수 연구자가 창업에 성공하면 오히려 몸담았던 기관을 떠나야 하고, 실패하면 돌아오는 구조가 아이러니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번째는 '학생·포닥 창업 지원'이다. 민 본부장은 "우수 연구자가 곧 우수 최고경영자(CEO)는 아니며,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다"며 연구자가 직접 창업하기보다 CEO를 영입하고, 함께 기술을 개발한 학생·포닥이 공동 창업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또 대학원에 학위 창업 트랙을 신설, 창업을 졸업요건으로 인정하고 창업 서비스를 지원하면, 우수 인력 유출을 막고 한 연구팀에서 여러 창업이 나올 수 있다는 구상도 내놨다.
세 번째 과제는 '고경력(시니어) 연구자 활용'이다. 민 본부장은 "신진 연구자를 돕는 제도는 많지만 정년을 앞둔 고경력 연구자를 위한 사업은 부족하다"며 "완숙도 높은 기술을 보유한 이들을 선별 지원해 기술을 한 단계 더 고도화하고 창업으로 연계하자"고 말했다. 연구를 이어가지 않더라도 축적된 경험을 살려 기술이전 전담(TLO) 역할을 맡기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네 번째는 '마일스톤형 기술이전 확산'이다. 기술료를 선급금과 개발 단계별로 나눠 받는 방식으로, 연구자는 기술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아 거액의 기술료를 기대할 수 있고 기업은 초기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KIST 창업기업 '큐어버스'가 이탈리아 안젤리니파마와 체결한 3억7000만달러(약 5037억원) 규모의 치매 신약 후보물질 기술 수출도 이 방식으로 이뤄졌다. 출연연 역대 최대 기술이전 사례로 꼽힌다.
마지막은 '공공특허 이원화 전략'이다. 공공 R&D에서 나온 특허를 성격에 따라 '전용특허'와 '개방특허'로 구분하자는 제안이다. 독점이 필요한 기술은 전용특허로 특정 기업에 권리를 줘 대규모 투자와 장기 사업화를 유도하고, 확산이 중요한 범용·플랫폼·초기단계 기술은 개방특허로 분류해 다수 기업이 낮은 비용으로 활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민 본부장은 유지비 부담으로 매년 상당수 특허를 포기하는 현실과 "세금으로 개발한 기술을 왜 또 돈을 내고 사야 하느냐"는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들었다. 개방특허를 낸 연구자에 대해서는 논문 피인용처럼 특허 활용도에 따라 보상하는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했다.
민 본부장은 이 같은 다섯 과제를 통해 논문·특허 단계에 머물러 있는 우수 연구 성과가 실제 창업과 시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