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병국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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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창업 기업 숫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겁니다. 문제는 창업 이후입니다. 2~3년 동안 투자와 판로를 찾아다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결국 문을 닫습니다. 창업 숫자만 남고 성과는 사라지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됩니다."
김병국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COMPA) 원장은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국내 기술창업 생태계가 '창업기업 숫자 늘리기'에서 '살아남게 하는 것'으로 창업 지원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창업지원 확대와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실험실 창업 활성화로 기술창업 기업의 양적 성장은 가능해졌지만 이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장하도록 돕는 지원체계가 끊기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지도록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진단이다.
특히 기술개발과 시장 사이의 '실증과 스케일업'을 추가 지원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았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이 사업화되려면 실제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고객이 원하는 수준까지 고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장의 니즈를 기술에 충분히 담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기술성숙도(TRL)로 보면 기초·원천연구는 대략 1~3단계이고 시장에서 매출을 내려면 7~8단계까지 가야 한다"며 "그러려면 프로토타입 제작과 실제 환경 검증이 이뤄지는 4~6단계를 제대로 지원하는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진흥원은 '공공연구성과 실증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국가 R&D를 통해 확보한 대학·출연연의 TRL 4~6 수준 기술을 대상으로 기술검증(PoC)과 소규모 실증을 지원한다. 올해 34개의 과제를 선정해 과제당 연간 약 5억원 내외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경쟁률은 8.4대 1을 기록했다.
기초·원천연구 성과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이어달리기' 체계도 마련했다. 올해 과기정통부가 신설한 '국가연구개발 우수연구성과 확산 촉진지원' 사업을 통해 진흥원은 최근 3년간 국가 R&D 우수성과로 선정된 기술 가운데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발굴, 후속 R&D부터 실증·시제품 제작·기술검증·창업까지 지원한다. 과제별로 최대 2년9개월간 13억7500만원을 지원하며 올해 경쟁률은 12.3대 1에 달했다.
김 원장은 "과학기술 현장에서는 기초·원천연구로 논문과 특허를 낸 뒤 다시 새로운 기초·원천연구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돼 왔다"며 "TRL 3 정도까지 올라온 좋은 기술이 다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사라지지 않도록 시장까지 이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수 연구자의 기술사업화 참여를 가로막던 규제도 손봤다. 그중 하나가 '국가연구개발사업 동시수행 연구개발 과제 수 제한'(3책5공) 제도 개선이다. 연구자 한 명이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국가 R&D 과제를 최대 5개로 제한하고, 연구책임자로 수행할 수 있는 과제는 최대 3개로 제한한 제도다. 대형 기초·원천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기간이 짧은 기술사업화 과제에 추가로 참여하기 어려운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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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사업화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성과를 가진 연구자가 사업화 과제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안 된다"며 "기술사업화 관련 과제는 3책5공 제도 적용 제외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가 기술사업화 관련 연구개발 과제를 동시수행 과제 수 제한의 적용 예외 범위에 포함하면서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진흥원의 기술사업화 스케일업과 창업사업 신규과제 전체가 3책5공 적용 예외를 받는다.
김 원장은 "제도 개선이 발표되고 연구자들이 '정말로 기술사업화 과제가 3책 5공 제도에서 제외되는 게 맞느냐'고 여러 번 물어봤다"며 "직접적인 지원만큼이나 좋은 연구성과를 가진 연구자가 직접 사업화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기술사업화에서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김 원장은 "대학뿐 아니라 출연연도 기술사업화의 핵심 주체"라며 "기존 사업을 출연연에 개방하고 신규 사업에도 적극 참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2023년 시작한 '학·연 협력 플랫폼 구축 시범사업'이다. 지역 대학의 인재·연구역량과 출연연의 연구 인프라·사업화 역량을 지역산업과 연결해 기술개발부터 사업화, 인력양성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현재 충청권에서는 충북대와 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이차전지 소재를, 호남·제주권에서는 전북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친환경 첨단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협력한다. 동남권에서는 부산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수소, 대경·강원권에서는 경북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첨단모빌리티·AI 분야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김 원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꼽는 것은 금융이다. 실증과 스케일업을 거쳐 사업화 가능성을 높여 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결국 투자가 필요하다. 진흥원은 현재 기술보증기금과 팁스(TIPS), 민간 투자기관 등과 연계를 확대해 발굴·검증한 기술창업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김 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진흥원의 기술 분석·평가 역량을 금융과 직접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볼 수 있고 자금이 필요한 기업의 풀도 갖고 있다"며 "진흥원이 가능성을 인정한 기술이라면 투자시장에서도 믿고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