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발소리도 밝혀야…제작비보다 커질 '출시 리스크'

이찬종 기자
2026.09.07 15:15

[MT리포트 - 게임의 '소리' 두드리는 AI] ④스팀(Steam), 게임에 AI 사용여부 신고 의무 부여

[편집자주] 발소리와 괴물 울음, OST 등 게임내 소리에도 생성형 AI가 파고든다. 효과음에는 AI 제작도구가 이미 활용중이다. 반면 세계관과 플레이 흐름을 설계하는 음악 OST 적용에는 매우 신중하다. AI가 게임 사운드의 어느 영역까지 들어왔는지, 비용 절감의 이익과 저작권·출시 위험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짚어본다.
개발사와 퍼블리셔간 관계/그래픽=김현정

#SF 생존게임 '디 얼터스'를 개발한 11비트 스튜디오는 지난해 텍스트(시나리오), 번역 등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사실을 스팀(Steam) 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았다. 임시 요소를 게임에 적용한 뒤 제거하는 걸 깜빡하는 등 실수였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나 결국 공식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11비트 스튜디오는 "상황을 축소하려는 건 아니지만 실제 게임 경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해명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AI가 의외로 고전하는 분야가 있다. '게임 제작'이다. 게임을 장인 정신으로 빚어내는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이용자들이 AI를 활용한 게임 제작에 반감을 내보여서다. 반대로 개발사와 외주사는 '비용·시간 절감'이라는 단물을 탐낸다. 문제는 그사이에 낀 퍼블리셔가 새 리스크를 감당하게 됐다는 점이다.

글로벌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은 퍼블리셔(공급사)나 개발사에 AI로 생성한 음향, 이미지, 시나리오 등이 게임에 포함돼 이용자에게 제공되는지 여부를 신고할 의무를 부여한다. 이용자에게 'AI 사용 사실'을 공개하기 위해서다. 내부 아이디어 회의, 폐기된 초안 등에는 AI를 써도 되지만 최종 결과물에서는 제외하라는 소리다.

게임은 개발사가 제작하고 퍼블리셔가 배급·마케팅·운영을 맡는 방식으로 판매된다. 개발사가 직접 퍼블리싱을 하는 경우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같지만, 중소 개발사의 경우 대형 게임사가 퍼블리싱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퍼블리셔가 개발사나 외주사의 제작과정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작 과정에서 AI를 사용해도 개발사가 알려주지 않으면 따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퍼블리셔는 'AI 제작 여부 확인'이라는 새 의무를 떠안게 됐다. NC AI 등 게임용 AI 회사는 자사 이미지·음향·시나리오 등을 학습시켜 개발한 AI라 저작권 문제에서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십수년간 게임사 내에 축적한 데이터에 기반한 만큼 안심해도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플랫폼이 이런 의무를 두는 건 '저작권 보호'만큼이나 '명확한 정보 제공'도 중요한 목적이다. 게임 제작에 AI를 활용했는지 이용자가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소리다. 많은 이용자가 AI 게임 제작에 반감을 갖고 있고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퍼블리셔가 AI 사용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경우 추후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음원·이미지 교체, 재검수 등으로 출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추가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등록된 게임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제작 단가 몇 푼 아끼려다 그보다 큰 출시 지연 비용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업계는 △사용 도구와 단계 △입력자료의 권리 △인간 창작 부분 △생성기록 보관 △문제 발생 시 재제작 주체 △책임 한도 등을 체크리스트로 AI 사용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내 디자인이나 이미지·음향 생성 등은 AI를 초안 작성에만 쓴다. 서브컬처처럼 이용자를 깊게 몰입시키는 장르는 AI로 제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배신감을 느끼는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퍼블리셔 입장에서 개발사·외주사의 AI 이용 내용을 전부 확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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