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 '한강' 전세계 10위권 성능… 'K문샷 프로젝트' 이끈다

대전=박건희 기자
2026.11.03 04:05

KISTI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 본격 가동
CPU 9936개·GPU 8496개 탑재, 이론성능 614PF
내달부터 산학연에 서비스… 초거대 AI 연구 등 활용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개요. /그래픽=이지혜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이 4년여의 기다림 끝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2일 대전 유성구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본원. 국내외 주요 산학연 관계자의 눈이 국가슈퍼컴퓨팅센터 건물 2층에 설치된 슈퍼컴 6호기로 쏠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직위를 막론하고 저마다 슈퍼컴 근처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그만큼 연구계가 기다려온 순간이라는 뜻이다.

슈퍼컴 6호기 한강은 이날 공식가동을 시작했다. 슈퍼컴은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분석·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국내 연구자가 개별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대규모 계산과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는 핵심 연구 인프라다.

지난 8년간 과학기술 R&D(연구·개발)의 기반이 돼온 5호기 '누리온'의 뒤를 잇는 6호기에는 CPU(중앙처리장치) 9936개와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GH200' 8496개가 실렸다. CPU가 거대 계산과학에 쓰인다면 GPU는 초거대 AI(인공지능) 연구에 최적화됐다. 복잡한 다물리계 연산, 정밀 시뮬레이션부터 AI모델 개발까지 전방위로 수행할 첫 슈퍼컴인 셈이다.

성능 면에서도 전세계 슈퍼컴 최상위 10위권에 거뜬히 들 것으로 예상된다. 6호기의 이론성능은 614PF(페타플롭스·1PF는 1초당 1000조번 연산할 수 있는 컴퓨터 성능)다. 저장공간은 205PB(페타바이트·1PB는 1024TB)에 이른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수준의 인터커넥션 네트워크(상호연결망)를 자랑한다. 상호연결망은 슈퍼컴을 구성하는 CPU와 GPU를 서로 연결해 문제를 나눠 풀 수 있게 하는 '소통망'이다. 상호연결망이 부실하면 계산결과를 주고받는 속도 자체가 느리기 때문에 최신 GPU도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6호기는 400Gbps(기가비피에스) 이상의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한다.

KISTI에 따르면 세계 10위권 슈퍼컴 중 이 정도의 네트워크 대역폭을 채택한 슈퍼컴은 미국의 '이글'(Eagle)뿐이다.

이같은 고성능을 갖추고 가동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6호기는 2022년 8월 총사업비 2929억원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지만 조달과정에서 4차례 유찰됐다. 생성형 AI가 본격화하며 GPU 가격이 폭등해 기존 사업비로 입찰하려는 기업이 없어서다. 결국 2024년 11월 적정성 재검토를 거쳐 총사업비가 4482억원으로 변경됐다. 이에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가 입찰에 응했고 2025년 5월 3825억원 규모로 최종계약을 했다.

6호기는 오는 12월부터 산학연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용자원의 55% 내외를 계산과학 및 AI, 데이터 분석 연구자에게 제공하고 30%를 국가전략 R&D 과제선정 사업자에게 분배한다. 나머지 15%는 중견·중소기업의 제품·공정 개발에 쓰인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6호기는 첨단바이오, 미래에너지, 우주와 같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난제를 AI로 푸는 'K문샷 프로젝트'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전국의 학생과 연구자가 연산자원을 부담 없이 쓸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말했다.

대전=박건희 기자 wisse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