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폰·노트북 바꾸려다 '깜짝'...가격 폭등 이유는? AI 안 써도 'AI값' 낸다

김평화 기자
입력 2026.11.07 05:10 수정 2026.11.07 05:10

<18>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서버용 메모리 수요 급증…PC·스마트폰용 공급까지 빠듯
D램·낸드 가격 상승에 제조사 원가 부담 확대…폰·노트북·게임기 가격 인상 압력

[편집자주] AI 뉴스는 매일 쏟아지지만, 진짜 재미는 그 뒤에 있다. 'AI+'는 국내외 AI 이슈와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낯선 기술 뒤에 숨은 돈의 흐름과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 산업의 변화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AI 안 써도 'AI값' 낸다/생성형AI로 만든 이미지.

"왜 이렇게 올랐어?". 최근 새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가격이 크게 올랐다. 그 배경에는 AI의 영향이 있다.

챗GPT나 클로드를 한 번도 쓰지 않은 사람도 마찬가지로 'AI 비용'을 지불한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대량으로 가져가고 있어서다. 공급은 제한적인데 수요가 급격히 늘면 가격이 오른다. 그 여파가 스마트폰과 노트북 가격까지 번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스마트폰 가격은 평균 15% 올랐다. 새로 출시된 제품은 1년 전 모델보다 평균 25% 비쌌다. 조사 대상 스마트폰 10개 중 4개 이상이 가격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이미 체감할 수 있다. LG전자는 주력 노트북 그램의 가격을 지난 4월 최대 100만원 인상했다. 314만원이던 16인치 그램 한 모델은 354만원대로 뛰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북6 가격을 사양에 따라 최대 90만원 인상했다. 일부 태블릿과 스마트폰 가격도 올랐다.

왜 AI 때문에 노트북 값이 오를까.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보다 훨씬 많은 메모리가 들어간다.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HBM과 서버용 D램을 더 만들수록 좋다. 하지만 공장을 갑자기 늘릴 수는 없다. 서버용을 더 만들면 PC와 스마트폰에 들어갈 메모리 생산 여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대만계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은 전분기보다 10~15%, 저장장치에 쓰이는 낸드플래시는 15~20% 각각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AI 서버용 메모리를 더 많이 만들면서 PC에 들어갈 D램 물량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 부담은 제조업체에게 전가된다. 애플은 지난 3일 실적발표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례적으로 직접 언급했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는 메모리 비용 상승을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메모리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애플의 수익성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임기도 예외가 아니다. 소니는 5일 실적발표에서 플레이스테이션5 판매에 필요한 메모리 물량은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을 비용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닌텐도 역시 스위치2용 메모리 확보에 나선 상태다.

메모리가 비싸지면 제조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가격을 올리거나, 저장용량과 카메라 같은 사양을 낮추거나, 이익을 줄여야 한다.

실제로 카운터포인트는 일부 스마트폰 업체들이 저장용량을 줄이고 카메라 사양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도 휴대전화 교체를 미루거나 저용량·중고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AI 열풍의 청구서가 데이터센터 안에만 머물지 않는 셈이다. AI를 많이 쓰는 사람은 이용료를 낸다. AI를 쓰지 않는 사람도 비싸진 휴대전화와 노트북 가격을 감당하는 방식으로 AI 시대의 비용을 나눠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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