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 풍토병 시대, 마이크로바이옴 주목받는 이유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
2022.03.03 10:53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코로나19(COVID-19) 종식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코로나와의 공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많은 보건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도록 하는 근본적 대안 마련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이 바이러스와 공생하면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수 사례로 미뤄볼 때 코로나 치명률과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 중 하나는 바로 감염자의 '면역 상태'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는 폐 염증이 타 장기로 퍼져나가고 생명에 치명적인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즉, 면역력을 높이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제 가능한 수준의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업계에서는 면역력의 핵심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강조하고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장에 사는 미생물 생태계로, 인체 면역세포의 70%가 밀집돼 있을 만큼 면역력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한다. 면역세포는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에서 더욱 활성화되는데, 마치 좋은 토양에서 작물이 잘 자라는 것처럼 좋은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이 조성돼야 면역세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 상태는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접종 시에도 유효한 효과를 나타낸다. 지난해 10월 아시아 프로바이오틱스 학회 'Probiota 2021' 를 통해 공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이 약화된 쥐는 낮은 백신 항체 형성 반응을 나타냈고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하게 회복시킨 후 백신을 투여하자 항체 형성 반응이 다시 높아졌다. 연구진은 접종자의 마이크로바이옴 상태가 건강할수록 항체 형성을 통한 면역력이 강화된다는 점을 피력했다.

얼마간 이어질지 모르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개인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먼저 개개인은 일상 속에서 김치, 된장 등의 전통 발효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이 같은 식품에는 다양한 유익균이 포함돼 있어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음식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유익균이 제한적인 만큼, 프로바이오틱스 함유 제품 섭취를 통해 유익균을 보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때 섭취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마늘, 고추, 생강 등 강한 향신료를 즐겨 먹는 한국인 식습관에 맞춰 진화해온 한국인 인체 유래 유산균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한국산 유산균을 강한 향신료에 노출시켰을 때 수입 균주보다 높은 생장성을 나타냈다.

국가 차원에서는 산학연이 공동으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향후 10년간 마이크로바이옴 부문에 약 1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토대로 장내 미생물과 코로나19를 비롯한 다양한 신생 질환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전문 기관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기업과 병원 등 다양한 주체가 공동으로 참여해 역학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기반 조성도 중요하다.

우리는 위기 앞에서 더욱 강해지는 특성을 가진 민족이다. '코로나'라는 큰 적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인 '마이크로바이옴'의 가치에 국가와 국민이 모두 공감하고 적극적인 실천을 이어나간다면, 'K-방역'을 넘어 'K-면역'의 역사도 충분히 써 내려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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