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화 파트너서 의협 배제? 새로 등장한 의사 대표성 띤 단체는

정심교 기자
2024.02.28 16:26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전공의들에게 현장으로 복귀하라고 밝힌 상태다. 이 때까지 복귀하면 각종 불이익은 없으나 3월부터는 면허정지 등 행정조치, 사법절차 진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2024.02.28.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대통령실이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의대정원 증원책을 놓고 정부와의 대화 파트너가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의약분업(2000년), 전공의특별법 제정(2015년) 등 의료계의 굵직한 제도가 바뀔 때마다 정부와의 대화를 주도한 의사 대표 단체는 의협이었다.

28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협이 의료계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보면 의협은 대표성을 갖기가 어렵다"며 "큰 병원, 중소병원, 전공의, 의대생, 교수 등 다 입장의 결이 다르고 해서 대표성이 있는 기구나 구성원들과 이야기가 돼야 책임 있게 논의하고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의대생들의 집단행동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의료계와 협상·접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을 의료계 내에서 중지를 모아 제안해주십사 요청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료법상 유일한 법정 단체가 대한의사협회"라며 의협만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띤다고 강조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만약 정부의 지지율이 30%밖에 안 된다고 해서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 못 한다면 말이 되겠느냐"며 "대한민국 모든 의사는 의협에 자동 가입된다. 현재 정부의 보건 의료정책 마련 시 의사들을 대표해 의협의 회장 또는 임원이 회의에 들어가게 돼 있다"고 못 박았다.

이번 의대정원 증원책에 반발한 의협은 비대위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의협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는 대의원회이고, 의협 대의원은 개원의뿐 아니라 교수·전공의·공중보건의·봉직의 등이 총망라해 들어와 있어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 단체"라며 "대의원회는 현 상황에 대한 투쟁 전권을 비대위에 위임했다"라고도 했다.

/사진=뉴스1, 정심교 기자

이런 의협의 맞대응에도 복지부와 물밑 대화를 나눈 '중재자'가 생겨났다. 서울의대교수협의회는 지난 17일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소속 교수로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23일 정진행 비대위원장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23일 저녁 2시간가량 만나 "비대위 규모를 전국으로 확대 재편해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할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의대 교수들과 의협을 포함한 보건의료전문가가 모인 새 협의체를 꾸리고 4월 총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정부와 대화하자는 것이다. 정진행 비대위원장(현재 사직 의사를 밝힘)은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누가 대표자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도 "전공의·의대생 소속이 대학이다. 그들을 지도하는 게 의협인가? 대학교수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 교수들의 역할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지도하는 것이므로, (학생들이 이렇게 단체로 사직·휴학하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는 정진행 위원장에 대해 '(정부와 대화할) 대표자 자격은 있냐'고 반박했다. 주수호 위원장은 "이분(정진행 위원장)의 발언과 행보에 대해 그분이 소속된 대학 교수 상당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며 "의대 교수들도 의협 비대위와 의협 소속 회원"이라고 맞받아쳤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육관에서 열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기자회견에서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은 학술이사, 신찬수 이사장, 이종태 정책연구소장. 2024.02.19.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이런 상황에서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들의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7일 정기총회를 열어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들이 생각하는 적정한 의대 증원 규모는 350명"이라고 재확인했다. 이들은 이런 내용을 각 대학 본부에 다시 의견을 전달하기로 결의했다.

신찬수 KAMC 이사장은 "정부의 2000명 증원책은 KAMC가 2025학년도 입학에 반영할 증원 규모로 제안했던 350명과 큰 괴리가 있을 뿐 아니라 전국의 40개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수용하기에 불가능한 숫자"라고 강조했다.

신 이사장은 "휴학원 제출 등을 결의한 학생들로 인해 교육 현장의 대혼란이 초래된 현실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가 보건의료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학생들의 순수함과 진지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부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제자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개학을 연기하거나 커리큘럼을 조정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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