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앓던 마비환자, 주치의 만나고 "새 삶 느껴"…환자 절반이상 '건강 호전'

홍효진 기자
2025.12.10 16:37

서울의대, 자체 주치의제 시범사업 성과 발표
환자 58% "사업 참여 전보다 건강 호전" 긍정 평가
'이재명 공약' 주치의제, 내년 상반기 기획단계 구체화
"제도 도입 기반 갖추도록 세부 논의 필요" 지적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주치의제' 시범사업이 내년 상반기 중 의료기관 모집 공고 등 구체적 기획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주치의제가 본격화될 경우 일차의료 체계 개선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지만, 포괄적 기능을 수행할 의료기관과인력 등이 부족하단 점에서 주치의제 도입 기반은 충분하지 않단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임상의료정책연구회(이하 연구회)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연건캠퍼스 교육관에서 '미리 가보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주치의제 2차 사례발표회'를 열고, 지난 9월 1차 발표회 당시 밝힌 환자의 추가 진료 경과 및 신규 환자 사례를 공개했다. 연구회는 지난 6월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원을 받아 △경기 안산·안성시 △서울 은평·강북구 △광주시 광산구 △강원 평창군 내 의료기관별 다학제 주치의 사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며 등록관리 사례를 모아왔다.

광주의료복지사협 우리동네의원의 다학제 주치의팀으로부터 통합적 진료를 받고 있는 박모씨(74)가 주치의팀과 인터뷰를 진행한 모습. /사진제공=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임상의료정책연구회

이날 발표회에선 지난 9월 1차 발표회에서도 전해진 뇌졸중 환자 박모씨(74)의 이후 3개월간 진료 성과가 공개됐다. 4년 전 뇌졸중 진단을 받은 박씨는 우울증·당뇨병·우측 편마비 등 복합적 건강 문제를 겪어왔다. 지난 6월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그는 이후 광주 광산구 의료기관 주치의팀의 방문 간호·재활 서비스를 받았다.

임형석 광주의료복지사협 우리동네의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박씨의 경우 손목, 손가락 관절 구축 등을 앓고 있어 동작 제한이 컸는데 꾸준한 재활 훈련으로 현재 (당뇨병)자가 주사가 가능할 정도로 관절 수준이 회복됐다"며 "우울증도 호전돼 항우울제 중단을 목표로 감량을 진행 중이며, 내년 봄엔 전동 휠체어를 통한 외출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주치의팀과 인터뷰에서 "병원에 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활이 안정됐다"며 "입원해 있던 4년간 죽음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면역력이 약해져 발생하는 진균 감염질환인 크립토코쿠스 뇌막염을 앓고 있는 김모씨(65·여)도 경기 안산시 다학제팀을 통해 혈압과 혈당 수치를 개선했다. 지난 8월 153수은주밀리미터(mmHg)였던 김씨의 수축기 혈압 수치는 11월 110mmHg로 초기 고혈압 단계에서 정상 혈압 범위로 진입했다. 식후 2시간 혈당도 236데시리터 당 밀리그램(mg/dL)에서 120mg/dL으로 절반가량 줄며 초기 당뇨병성 고위험 수치에서 정상 수치로 회복됐다.

장지훈 안산 공드림통합돌봄센터장은 "식후 혈당의 획기적 개선과 혈압의 정상화는 뇌졸중 및 심혈관 합병증 예방에 매우 긍정적 신호"라고 전했다. 안산시는 의사·간호사·영양사·치료사·지역 복지기관 사회복지사로 이뤄진 다학제팀이 협력, 지난 8월부터 5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달까지 의사 방문진료 111건, 간호사 재택방문 및 비대면 관리 217건 등 총 626건의 일차의료 서비스가 이뤄졌다.

/사진제공=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임상의료정책연구회

연구회는 이번 시범사업 등록환자 1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족도 설문조사(106명 응답) 결과 응답자의 58%, 3개월 이상 지속 참여자 기준으로는 73%가 '사업 참여 전보다 건강이 좋아졌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환자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란 게 연구회 측 설명이다.

다만 질 높은 포괄적 일차의료를 제공할 의료기관 및 의료인력 확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왔다. 대통령 주치의인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복합 만성질환을 포괄적으로 잘 관리하는 게 주치의제의 핵심인데, 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의원은 현재 개원가의 30% 남짓"이라며 "내과·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 등 주치의 서비스와 맞물리는 주요 과의 경우 전공의 모집도 미달인 상황이다. 양질의 일차의료를 제공할 의료인력을 지속해서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계획 중인 지역 고령층 대상의 한의사 주치의제에 대한 갈등 우려도 큰 만큼 의료진 간 협력이 주치의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회 사업 책임자인 오주환 서울의대 의학과 교수는 "현재 의료체계를 고려했을 때 한의사가 주도적 역할을 하기보단 다학제팀 일원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며 "다학제 진료 관련 한의사 책임 범위에 대해서도 세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 주치의인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연건캠퍼스 교육관에서 열린 '미리 가보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주치의제 2차 사례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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