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항컵마저 동났다… 의료현장 덮친 '중동 불안'

부항컵마저 동났다… 의료현장 덮친 '중동 불안'

박정렬 기자
2026.04.02 04:04

'원료 수급 차질로 품절 또는 출고 지연' 온라인 문구만
수출업체, 선적지연으로 매출은 물론 제품폐기 우려도
식약처, 제조소 추가·포장재 변경 등 신속처리할 방침

중동전쟁에 영향 받는 의료 분야 품목/그래픽=임종철
중동전쟁에 영향 받는 의료 분야 품목/그래픽=임종철

# 한의사 김모씨는 최근 일회용 주사기와 부항컵을 구매하려다 흠칫 놀랐다.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사이트에 관련제품이 대부분 '품절'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원유수급 차질로 공급지연과 원가상승이 지속된다. 비닐류, 파우치, 부항컵 등이 일시품절되거나 출고가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올라와 있었다. 김씨는 "다른 구매사이트에서도 부항컵은 한 회사 제품을 제외하고 모두 품절"이라며 혀를 찼다.

# 수도권의 종합병원장 이모씨는 이달에 붕대·밴드 등 소모품 주문수량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중동전쟁에 따른 환율상승으로 수입제품의

단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당장 수급에 문제는 없지만 공급처가 가격을 올린다고 통보해 선제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동전쟁의 여파가 의료현장을 덮쳤다. 플라스틱·합성수지 원료인 나프타 수급불안과 환율상승으로 주사기 등 의료 소모품 비용이 오르면서 일부 '사재기 현상'이 나타난다.

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중동전쟁으로 수액백과 의약품용기, 포장재(비닐) 등의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다. 약을 만들어도 이를 담아 팔기가 어려워졌다. 머니투데이 취재결과 최소 3개 이상 업체, 26개 품목이 현재 의약품 포장재 재고가 없거나 재고 보유량이 1개월 안팎에 그친다. 이 중엔 투석할 때 사용하는 전문의약품도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

일부 업체는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수출길이 막혔다며 이중고를 호소한다. 매출타격은 물론 현지입찰에 참여하지 못해 자격제한과 같은 페널티를 받을 처지가 됐다. 의약품 수출업체 관계자는 "선적지연이 지속되면 보관료 등 매몰비용이 커질뿐더러 의약품 제형 특성상 폐기 가능성도 있다"고 걱정했다.

의료기기업계는 생산중단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의료기기 유통업체 관계자는 "생산품목이 적은 일부 제조사는 원료나 재료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려 공장가동을 아예 중단했다"고 말했다.

수요조절을 위해 공급단가를 10~20% 올리는 사례도 속출했다. 이 관계자는 "원유를 재료로 하는 제품에는 과산화수소·에탄올 같은 소독약처럼 없어서는 안될 기본제품이 많은데 이것까지 올랐다"며 "제품마다 수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병의원 공급가를 당장 올리기도 어려워 손실을 온전히 떠안고는 있지만 이대로면 제조사는 물론 유통사도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팔소매를 걷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원료수급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의약품·의료기기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필요시 제조소 추가와 포장재 변경허가·신고를 신속처리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6일부터 TF(태스크포스)를 가동, 의료기관·기업의 피해상황을 점검·수집하는 한편 대한의사협회·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주요 단체와 함께 공급망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중동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원료부족과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지금보다 저렴한 제품을 찾게 되고 이에 따라 의료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나프타 수급시 의료분야에 우선투입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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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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