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분주한 글로벌 바이오 빅딜…메가딜 보단 '전략딜'에 집중

정기종 기자
2026.01.26 16:08

GSK·릴리 등 상업화 가시권 파이프라인 확보로 경쟁력 제고…상업화 품목 인수 사례도
BMS·애브비, 기존 강점 부각 위한 항암 포트폴리오 보강…"대외환경 부담 가중 속 전략적 선택"

미래동력 강화을 위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자산 확보 움직임이 연초부터 줄을 잇고 있다. 자사 대형 품목 특허 만료 등을 앞두고 계약 규모는 작지만 단기 매출 기여 가능성 있는 자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을 비롯해 일라이 릴리, 암젠, 브리스톨마이어스퀴브(BMS), 애브비, 바이오마린 등은 인수합병(M&A) 또는 기술이전을 통해 각 사별 부족한 자산을 채우거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GSK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랩트(RAPT) 테라퓨틱스를 22억달러(당일 기준환율 기준 약 2조86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GSK는 랩트가 보유한 임상 2상 단계 식품 알레르기 신약에 대한 권리 등을 확보하게 됐다.

일라이 릴리는 이달 7일 벤틱스 바이오사이언스를 12억달러(약 1조5600억원)에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벤틱스는 만성 염증을 조절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한 신약 개발사로 각각 2상 단계 파킨슨병, 재발성 심낭염 치료제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보유 중이다.

암젠 역시 지난 6일 영국 소재 다크 블루 테라퓨틱스를 최대 8억40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다크 블루는 항암신약 차세대 기전으로 주목받는 표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바이오마린이 6조원이 넘는 규모로 희귀질환 신약 개발사 아미커스 테라퓨틱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절차 진행이 남아있어 계약 절차는 올해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연초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대형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시기로 꼽힌다. 업계 최대 투자행사로 꼽히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가 매년 1월에 개최되는 만큼, 각 사별 계약에 대한 심층적 논의 기회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도출된 계약의 경우 과거와 같은 대규모(10억달러 이상)는 아니지만, 각 사별 상황에 맞는 자산에 집중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GSK는 매출의 한 중심축인 HIV 치료제 '도루테그라비르'의 주요국 핵심 물질특허가 오는 2028년부터 만료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개발 후기 단계 의약품에 대한 인수 방식을 낙점한 바 있다.

GSK는 해당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보스턴 파마의 간 질환 치료제(3상)를 인수했다. 상업화 가시권에 진입한 랩트 알레르기 신약 확보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바이오마린의 경우 이미 2개 희귀질환(파브리병·폼프병) 상업화에 성공한 아미커스를 품에 안으며 당장의 매출 발생이 가능한 품목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데 성공했다.

비만·당뇨 등 대사질환 분야 강점을 보유한 릴리 역시 상업화가 가시권에 진입한 독자 기전의 염증 질환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해 보다 넓은 적응증 내 영향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암젠은 기존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 눈에 띈다. 암젠은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의 항암제 3종(블린시토, 카이프로리스, 벡티빅스)을 앞세워 전체 매출의 30% 가량을 항암 영역에서 거둬들이는 글로벌 제약사다. 여기에 다크블루의 차세대 TPD 플랫폼 확보와 추가 항암 파이프라인을 확보, 강점을 더욱 부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M&A 대비 낮은 위험부담을 선택한 기술이전 계약에서도 두드러지는 흐름이다. BMS는 자눅스와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종양 미세환경에서만 T세포를 활성화해 독성은 낮고 효과는 높은 차세대 플랫폼을 확보하게 됐다. 1세대 면역관문억제제 대표 품목인 '옵디보'를 잇는 차세대 항암 신약 개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전통적으로 고형암 영역에서 강점을 보였던 애브비는 옵디보나 MSD '키트루다'와 같은 PD-1 계열 블록버스터 항암제 부재가 아쉬움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번 레메진의 PD‑1/VEGF 이중항체 'RC148'을 도입하며 기존 약점은 물론, 보유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파이프라인과의 병용 전략까지 꾀할 수 있게 됐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블록버스터의 특허만료 임박과 미국 리쇼어링으로 인한 재원 부담 가중으로 어느때 보다 신중한 접근을 선택 중"이라며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나 단시일내 상업화 가능한 후기 파이프라인 중심의 계약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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