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린'으로 확장하는 글로벌 비만약 개발…韓기업은 어디에

김선아 기자
2026.01.28 16:30

'아밀린' 차세대 비만치료제 키워드로…화이자 "초장기지속형 아밀린 병용 매우 기대"
아밀린 유사체 개발 중인 국내사 극소수…다수 기업 뛰어든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상반

아밀린 유사체 기반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디자인=임종철

로슈가 비만 치료제 개발에서 진전을 보이며 아밀린 유사체 병용요법 임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밀린 유사체 영역은 지난해부터 다수의 기술이전이 이뤄지고 후기 임상도 늘고 있어 차세대 비만약 연구개발(R&D)의 핵심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를 개발하고 있는 곳이 드물어 글로벌 비만약 트렌드의 한 축을 놓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로슈는 지난 27일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CT-388'의 임상 2상 톱라인(주요지표) 결과를 발표했다. CT-388은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위 억제 펩타이드(GIP) 이중작용제인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와 비슷한 효능과 내약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슈가 검토 중인 CT-388과 아밀린 유사체 '페트렐린타이드' 병용 임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밀린 유사체는 GLP-1 계열 약물과 병용하면 구토 등 위장관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아밀린 유사체가 아밀린 수용체뿐 아니라 체중 감소와 관련이 있는 칼시토닌 수용체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무조건 부작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단 의견도 있다. 각 수용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최적의 비율을 찾는 게 아밀린 기반 비만치료제의 관건이란 설명이다.

다만 노보 노디스크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빅파마(대형제약사)는 아밀린 유사체 개발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아밀린 유사체는 GLP-1 계열 물질과 달리 선행 연구 등이 많지 않고, 예측한 대로 잘 나오지 않아 개발 난도가 더 높은 물질"이라며 "노보 노디스크가 좋은 임상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어떤 게 좋은 아밀린 수용체인지 판단하는 기준도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빅파마들의 아밀린 수용체 기반 비만치료제 개발은 기술이전을 통해 활기를 띄고 있다. 로슈의 페트렐린타이드도 지난해 3월 질랜드 파마로부터 최대 52억5000만달러(약 7조4702억원)에 도입한 물질이다. 애브비도 지난해 구브라로부터 'GUB014295'를 최대 22억2500달러(약 3조1650억원)에 들여왔다. 화이자는 멧세라를 100억달러(약 14조2250억원)에 인수하며 아밀린 유사체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국내에서 아밀린 유사체 개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은 디앤디파마텍이 사실상 유일하다. 디앤디파마텍은 2024년 멧세라와 체결한 추가 기술이전 계약으로 현재 화이자와 경구용 아밀린 유사체 'MET-AMYo'(DD07) 등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화이자는 현재 월 1회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아밀린 유사체와 GLP-1 수용체 작용제를 병용하는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열린 제44회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초장기지속형(울트라 롱액팅) 아밀린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을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장기지속형 비만약 영역에선 펩트론, 지투지바이오, 인벤티지랩 등 미립구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각축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플랫폼 기술의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이미 허가받은 비만 치료제에 자체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확보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기술력을 입증하고 특허를 출원하는 방식으로 R&D를 진행 중이다.

한 국내 바이오텍 사업개발(BD)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나 만성질환 치료제의 투약 주기를 늘리는 것에 대한 빅파마들의 니즈는 분명하지만 GLP-1 계열에 생분해성 고분자(PLGA) 미립구 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라며 "미립구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 비만약에 다수의 국내 기업이 뛰어들었는데 사업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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