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차원의 비만 관리 체계를 명시한 '비만법'이 1년 넘게 계류하며 입법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되는 비만에 대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옴에도 관련 정책 논의는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회에 발의된 비만 예방·관리 주요 법안은 총 3개다. 2024년 11월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시작으로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난해 1월과 이달 3일 대표 발의한 법안이 올라와 있다. 가장 최근 발의된 서 의원 법안을 제외하면 박 의원과 이 의원 안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세 법안은 비만 예방·관리 계획을 5년 주기로 수립하고 정부 소속 관리위원회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박 의원 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5년마다 비만예방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계획 수립 관련 심의 기구로 복지부 장관 소속의 비만예방관리위원회를 둔단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과 서 의원 안에도 종합계획과 관련 위원회의 세부 명칭은 다르지만 국가 계획과 관련 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에선 정부 주도로 비만 관리 체계를 강화한 사례가 있다. 앞서 이탈리아 상원은 지난해 10월 비만을 '만성적·진행성 및 재발 가능한 질환'으로 공식 규정하는 법안을 최종 승인, 비만 치료를 국가필수의료서비스 범위에 포함했다. 독일의 경우 2년 전부터 '비만 질병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앞서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 성인 비만율 억제 목표 설정(1·2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18년 제1차 국가비만관리종합대책 마련 △2021년 강화된 비만 관리안 마련(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등 정부 계획을 설계했다. 그러나 뚜렷한 장기 대책이 미비해 비만율 증가 등에 대한 근본적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현장에선 비만이 사회적 비용과도 연관된 만큼 국가적 관리가 시급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비만의 사회경제적 추정 비용은 약 16조원에 달한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비만법 논의를 두고 최근 "비만 치료의 기본은 식사 조절과 운동 요법이지만 진료실에서 제대로 된 교육 관리가 이뤄지기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비만을 음주·흡연을 보는 수준으로 바라보는 한 속수무책으로 증가하는 비만율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유관 학회 등과 꾸준히 논의 중이란 입장이다. 이 의원은 "대한비만학회·내분비학회·소아 당뇨병 및 소아비만 분과 등과 법안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며 "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공청회 여부를 포함해 세부 사안 관련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최근 대한비만학회와 정책토론회를 열고 비만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화 등을 논의한 바 있다.
박정환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이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발의된 법안 3개의 내용이 거의 동일한 만큼 통합된 법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논의가 미흡한 비만 치료제 오남용 대책에 대해서도 교육 체계 마련을 두고 복지부와 학회가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