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비용 13兆 '마음의 병'…"예방·치료·회복에 국가 차원 대처"

박정렬 기자
2026.03.27 19:08

보건복지부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 발표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 핵심 지표 요약/그래픽=윤선정

대한민국 정신건강 지표는 '빨간불' 투성이다.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10대 자살률은 10년 새 78% 급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삶의 만족도'가 35위(2022년 기준)로 최하위권이다. 정부 연구기관에 따르면 2024년 정신질환으로 인한 진료비는 연간 7조7000억원이 넘었다. 생산성 저하 등 간접 비용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은 13조원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27일 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한 사회"를 목표로 향후 5년간 진행할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확정, 보다 강력한 예산·자원 투입에 나섰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정신건강 복지는 우리 사회가 제공해야 하는 시급한 의료 사회서비스가 됐다"며 "국가 차원에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권역센터 17곳·집중치료병상 2000개 확충

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은 6대 추진전략, 17대 핵심과제로 구성됐다. 단순 치료뿐 아니라 예방·회복까지 '전체 안전망' 구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정신 응급 상황에서는 환자가 갈 곳이 없어 거리를 헤매는 일이 적지 않다. 이에 대처해 정부는 24시간 운영하는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2030년까지 17개소로 확대하고, 신체문제가 동반된 환자 치료를 위해 관련 공공병상은 18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경찰과 정신건강전문요원이 함께 출동하는 합동대응센터는 이 기간 18개소로 확대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로 했다. 적정 병상 배정과 이송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신응급의료상황실(가칭)도 시범 도입한다.

/사진=보건복지부

치료 난도가 높은 급성기 환자를 위한 집중치료실병상은 391개에서 2000개로 5배가량 대폭 확충한다. 퇴원 후에도 병원 기반 사례관리를 통해 가정방문과 전화 상담이 이어지도록 '지속 치료 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해 치료의 공백을 메운다. 입원 시에도 격리 ·강박 최소화, 종사자 인력 기준 강화, 환자 인권과 비 강압적 치료에 대한 모니터링과 교육으로 인권 친화적 치료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치료 과정에 당사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사전의향서' 제도 도입도 검토한다.

미래 세대인 아동·청소년의 '마음 관리'에도 주력한다. 모든 학교에 전문 상담 인력을 배치하고, 위기 학생 발생 시 전문의가 학교로 찾아가는 긴급지원팀을 2030년 현재(56개)의 2배가량인 100개로 확충한다. 청년은 병역판정검사와 국민건강검진을 통해 정신건강 위험을 조기에 선별하고 정신과 첫 진료비와 상담비를 지원해 조기 치료를 유도한다.

정신질환자가 병원을 벗어나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주거와 고용 지원도 강화한다. 고용률이 14.8%에 불과한 정신장애인을 위해 직업재활시설 등 고용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인턴십 등 '일 경험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자립준비주택을 비롯한 맞춤형 공공주택 공급은 100호까지 늘려 안정적인 거주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같은 아픔을 겪은 당사자가 다른 환자의 회복을 돕는 '동료지원쉼터'는 전국 17개소로 확대하고, 가족들을 위한 전문 회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서울 마포대교에 자리한 '한번만 더 동상'/사진=(서울=뉴스1)

자살 예방은 '근거 기반'으로 진행한다. 자살 원인을 분석하는 심리 부검 대상을 성인에서 청소년까지 확대하는 한편 인공지능(AI)을 미디어 정보 모니터링, 상담 시 사례관리에 활용하기로 했다. 관련법을 개정해 경찰청·소방청과 응급실에서 입수하는 정보를 연계하고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93개소에서 98개소로 확충해 자살 시도자 등 고위험군 관리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 차관은 "우울과 불안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며 "마음의 아픔에 대해 공감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 한편, 정신건강 안전망을 튼튼하게 만들어 당사자와 가족이 주도적으로 회복·자립하게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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