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 이어 한국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규제를 본격적으로 완화한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의 약값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가격이 싼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적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은 이 같은 규제 환경 변화에 발맞춰 주요 바이오시밀러 품목의 임상시험 전략을 즉각 변경하는 등 실제 행동에 나서 눈길을 끈다. 앞으로 바이오의약품 블록버스터(연간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줄줄이 예정된 만큼 셀트리온의 R&D(연구개발) 전략이 빛을 발할 것이란 분석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최근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 'CT-P51'의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IND) 변경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신청했다. 식약처의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에 따라 임상 3상 시험 대상자 수를 줄이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추정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4월 환자 606명 대상 CT-P51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미국 머크(MSD)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연간 매출액이 40조원이 넘는 글로벌 대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셀트리온이 CT-P51의 임상 3상 대상 환자를 줄이면 연구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업화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시장 진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27일 바이오시밀러의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규제 완화 사전검토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 회사는 품질 자료와 임상 1상을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과 충분한 동등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등 조건을 충족하면 3상을 면제받을 수 있다. 또 이미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3상을 완화하는 내용을 식약처와 논의할 수 있다.
식약처의 이 같은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 움직임은 미국 FDA(식품의약국)와 EMA(유럽의약품청) 등 글로벌 기관과 규제의 수준을 맞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FDA와 유럽 EMA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유효성 비교 시험의 필요성을 낮추는 등 선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맞춰 셀트리온은 지난달 미국 FDA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코센틱스'의 바이오시밀러 'CT-P55'의 미국 임상 3상 시험계획을 변경 신청했다. 앞서 셀트리온은 2024년 환자 375명 대상 CT-P55 임상 3상 시험계획을 FDA로부터 승인받았는데, 최근 FDA의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에 따라 임상 3상 시험 환자 수를 153명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최근 셀트리온은 국내외 규제기관에 주요 바이오시밀러 품목의 임상시험계획을 변경 신청하는 등 규제 완화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천 송도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신규 원료의약품(Drug Substance, DS) 공장 투자도 결정했다. 앞으로 블록버스터의 특허 만료 및 글로벌 규제 기관의 임상 간소화로 급성장할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R&D뿐 아니라 제조 역량을 함께 강화하겠단 전략이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식약처가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 요건 완화에 대한 사전검토에 착수하는 등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임상 간소화 흐름이 명확하게 나타난다"며 "바이오시밀러 개발비용(약 70~90% 절감)과 개발기간(약 4년 단축)을 동시에 단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앞으로 2028년과 2031년, 2033년에 걸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로 바이오시밀러 시장 기회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셀트리온의 2038년 바이오시밀러 공략 시장 규모는 지금의 4배 이상인 408조원으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임상 간소화 등 규제 완화로 주요 품목의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다른 신규 파이프라인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며 "바이오시밀러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 국내에서 규제 완화 움직임이 뚜렷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상업화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