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도, 디스크에도 꼭 있다…年 165정 먹는 '이 약' 규제 움직임

박정렬 기자
2026.06.14 16:23
위장약(소화기계용 약제) 사용 현황/그래픽=김다나

약을 쓸 때 위장약(소화기계용 약제)을 관행적으로 처방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약사들은 규제 현실화에 따른 매출 타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23년 7월~2024년 6월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독감(인플루엔자)으로 진단받은 성인 환자 140만 1178건을 분석한 결과 위 점막 보호제·위산 분비 억제제·위장 운동 촉진제 등 '위장약' 처방률은 평균 77.2%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건보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위장약을 처방받은 인원은 약 43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84%, 약 처방 환자의 91%에 달했다. 1인당 연평균 처방량은 165정으로 하루 3번 먹는다고 가정하면 약 2개월 치에 해당할 만큼 많다. 이에 따른 약품비로 같은 해 2조159억원이 지출됐다.

위장약은 속쓰림과 같은 약물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국내 처방 규모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정부기관·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위장약은 단순 감기(급성 상기도 감염) 등 호흡기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에서 처방 비율이 오히려 소화기계 질환보다 높다"며 "과다복용으로 인한 환자 안전 문제와 관행적 처방으로 인한 재정 부담 우려가 높은 약제"라고 꼬집었다.

위장약의 처방 단속의 필요성은 의사·정부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관행적 위장약 처방을 지양하기로 합의했고, 이후 의협은 유관 학회와 과거 '소화기관용 약제 사용 권장 지침'을 고도화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어떤 환자에게, 어떻게 사용할지 등을 최신 근거에 따라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제약업계는 위장약을 둘러싼 제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부터 쓰이는 애엽추출물이나 H2수용체차단제, PPI(프로톤펌프억제제) 등 위장약이 많은데도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과 같은 신약이 최근까지도 출시되는 것은 그만큼 경제성이 담보됐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제약사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만큼 규제에 따른 매출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민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애초 기형적인 위장약 처방률의 원인을 "'끼워팔기식' 관행이 있어 병원에 영업하기 가장 좋은 품목이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정부가 위장약 거품을 걷어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제약사나 전문가에만 맡기지 말고 공공이 불필요한 약을 퇴출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보공단 관계자도 "관행적인 위장약 처방에 대해서는 급여기준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긍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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