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자주국방, 新한미동맹의 '키스톤'①

"자국의 안보를 직접 책임질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미국이 동맹에 바라는 방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국빈 방문을 기념해 가진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회복과 국방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자주국방'의 필요성과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북한과의 현격한 전력차를 기반으로 새로운 한미동맹과 자주국방 실현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워싱턴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자주국방 정책은 세계 5위권인 한국의 군사력(내부 요인)과 미국이 추진 중인 동맹 현대화(외부 요인)가 결합된 결과다. 전작권의 조속한 환수와 이른바 'K-방산 기술'을 활용한 첨단 군사력 강화, 최우선 핵심 외교·국방 현안인 핵추진 잠수함 도입도 자체 군사력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한미동맹에 기초한 방위 역량 극대화의 일환이다. 정부 관계자는 "'자주국방' 정책은 굳건한 한미동맹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키스톤'(종석)"이라며 "자주국방은 이제 가능 여부를 넘어 시기와 조건의 문제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자주국방 구상은 "대한민국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국방력을 갖추게 됐다"(지난해 10월 국군의날 기념사)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전작권 회복에 대한 의지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36개 동맹국 중 유일하게 전작권을 단독 행사하지 못하는 국가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업체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군사력은 5위로 평가된다. 북한은 31위 수준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의 방산 역량을 뜻하는 한국의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은 6.0%로 세계 4위다. 군사력 5위·방산 4위의 자주국방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사천=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2026.03.25.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6/2026061114344852850_2.jpg)
일각에선 북핵 등 '비대칭 전력'을 배제한 남북 간 군사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5년째 전쟁 중인 러시아가 핵 옵션을 가동하지 못하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핵무기는 존재 자체로 강력한 억제 수단이지만, 실제 사용은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적 대응, 국제적 고립, 우호·중립국의 이탈까지 감수해야 하는 최종 선택지에 가깝다. 핵 보유가 재래식 전장에서의 병력·무기체계·지휘통제·산업 기반 격차를 곧바로 상쇄하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지난 11일 제6차 한미 NCG(핵협의그룹) 회의에서 핵을 포함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재확인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핵은 한미 확장억제로 억제력을 보완하고, 재래식 전력과 지휘 능력은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강화하는 이중 구조가 자주국방 논의의 현실적 기반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도 동맹국 및 협력국이 자체 방어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지난 1월 공개한 미국 국가방위전략(NDS)에서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전략의 변화를 예고했다. 메시지는 명확했다. "미군은 '핵심적이지만 제한된 지원'(critical but limited support)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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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략 전환에는 현실주의적 셈법이 깔려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이른바 '세계 경찰' 역할을 대폭 축소하고 본토 방어와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억제에 집중하고 있다. 동맹에 자체 방어 역량을 요구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혼자 싸울 수 있어야 같이 싸울 수 있다'는 논리가 새로운 한미동맹의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자주국방=안보불안'으로 치환했던 과거 국민들의 인식도 확실히 변하고 있다.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16~18일 전국 2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스트레이트뉴스 의뢰·95% 신뢰 수준·표본오차 ±2.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응답자 3명 중 2명(65.6%)은 '전작권 전환에 찬성한다'(조속히 전환 36.2%·순차적 전환 29.4%)고 답했다. 찬성 의견이 지난해 8월 같은 조사(45.5%) 때보다 10.1%P 상승한 것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전작권 회복 논의가 구체적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장관은 14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올 연말이 되면 FOC 검증 평가를 가지고 양국 대통령에 건의하게 되면 전작권 회복의 X연도(목표 연도)를 결정하게 된다"며 "전작권이 당장 회수되더라도 우리 안보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전작권 회복은 우리가 반드시 달성할 시대적 사명"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