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못 해서..."여보, 장기기증 꼭 하자" 4명 살리고 떠난 버스기사

박미주 기자
2026.06.18 10:39
기증자 신봉석씨/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30년간 운수업에 종사한 60대 가장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1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4월6일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신봉석씨(65)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 폐, 신장(양측)을 4명에게 나누고 떠났다.

신씨는 지난 4월3일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추락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의 아내 권모씨는 평소 남편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권씨는 "형편이 어려워 기부는 제대로 못 하고 살았지만 여건이 되면 장기기증만큼은 하고 가자, 이 세상에 살았던 흔적 하나는 남기고 가자는 이야기를 남편과 자주 했다"고 말했다.

전북 임실 출신인 신씨는 젊은 시절 건설회사에 다니다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학원 차량과 통근버스를 몰며 30년간 운수업에 종사했다. 한 번도 회사에 결근한 적이 없을 만큼 책임감이 강했고, 일과 가정밖에 모르는 성실한 남편이었다. 30년 넘게 아내와 살면서도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아내가 실수해도 화내는 법 없이 웃어넘기는 사람이었다.

처가 식구들에게는 더없이 따뜻한 사위였다. 편찮으셨던 장인, 장모를 6~7년간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주말마다 찾아뵀다. 아내 권씨는 "처갓집에 그렇게 마음을 다해서 하기가 쉽지 않은데, 착하고 좋은 사람이 떠나서 한탄스럽다"고 했다.

신씨의 낙은 가끔 떠나는 낚시 여행, 반려견과의 산책이었다. 평생 사진 한 장, 추억 하나 변변히 남길 새 없이 바쁘게 살아온 부부는 은퇴 후에 발 닿는 대로 함께 여행 다니며 남은 생을 보내자는 꿈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이별 앞에 그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권씨는 남편에게 "준비 없이 이렇게 갈 줄 몰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며 "좀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우리 신랑 만나서 행복했고 즐거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남편의 장기를 기증받은 이들에게는 "남편의 몫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실하게 살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신봉석님이 평생 지켜온 성실함과 가족을 향한 헌신이 마지막 순간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는 나눔으로 완성됐다"며 "이 큰 사랑이 우리 사회에 따뜻하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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