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으로 고객 선점'…삼성바이오, CDMO '얼리 록인' 승부수

샌디에이고(미국)=정기종 기자
2026.06.25 12:00

바이오 USA서 자체 플랫폼 기술이전 전략 첫 공개…신약 개발 초기 고객 확보 기회 확대
생산까지 연계하는 이중항체·ADC·BBB 등 차세대 플랫폼 확대…신규 매출·기술 경쟁력 강화

정형남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연구소장(부사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 USA에서 플랫폼 사업화 전략을 밝히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체 플랫폼 기술을 고객사 신약 개발 초기부터 제공한다. 이를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로 연결하는 '얼리 록인'(Early Lock-in) 전략이다. 고객사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존 CDMO를 넘어 신약 개발에 필요한 플랫폼을 직접 공급해 고객을 조기에 확보하고, 생산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플랫폼 기술이전을 통한 신규 매출 확보는 물론 CDMO 경쟁력까지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형남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연구소장(부사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에서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 고객사에 제공하고, 신약 개발을 서포트하는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연구소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플랫폼 기술 라이선스아웃(기술이전)을 통해 CDMO 외 새로운 매출을 확보하고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플랫폼 사업 전략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세계 최대 규모 생산능력과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CDMO 시장을 공략해왔다. 여기에 자체 플랫폼 기술까지 사업화하면서 고객 접점을 신약 개발 초기 단계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다만 신약 개발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정 부사장은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신약 개발을 돕는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라며 "고객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플랫폼에 자신들의 타깃을 적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회사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CDMO 사업과도 차별화된다. 그동안 고객사가 확보한 후보물질을 개발·생산하는 역할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고객사가 후보물질을 설계하는 초기 단계부터 자체 플랫폼을 제공해 개발과 생산을 모두 아우르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특정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약이 개발될 경우 중간 단계 공정 이전이나 생산 파트너 변경이 쉽지 않은 만큼 자연스럽게 CDMO 계약으로 이어간다는 목표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구소가 개발한 플랫폼을 기술이전 사업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CDMO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바이오연구소의 핵심 역할도 △CDMO 핵심 기술 지원 △플랫폼 라이선스아웃을 통한 신규 매출 확보 △차세대 기술 선제 확보 등 세 가지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항체 생산 세포주 플랫폼인 'S-CHOice'와 항체의존성세포독성(ADCC)을 강화한 'S-AfuCHO', 이중항체 플랫폼 'S-DUAL'을 비롯해 △항체-약물접합체(ADC) △뇌혈관장벽(BBB) 셔틀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차세대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이중항체 플랫폼 S-DUAL은 향후 플랫폼 사업의 핵심축으로 꼽힌다. 정 부사장은 "복잡한 이중항체를 고순도로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기존 승인 약물 대비 면역원성이 낮고 위암과 유방암 동물모델에서 우수한 효능을 확인했다"며 "현재 안전성과 약동학(PK) 데이터를 추가 확보하고 다양한 암종으로 검증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ADC 분야에서도 플랫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임드바이오와 공동으로 차세대 링커-페이로드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이중항체 플랫폼과 결합해 기존 단일항체 기반 ADC보다 높은 인접세포사멸 효과와 낮은 독성, 낮은 내성을 구현하는 차세대 ADC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 항체-펩타이드 접합체(APC) 등 다양한 항체접합치료제(AXC) 플랫폼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BBB 셔틀 플랫폼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낙점했다. 기존 BBB 셔틀의 독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신규 타깃과 새로운 에피토프를 확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항체뿐 아니라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와 다양한 약물전달 플랫폼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생산 기술 고도화도 병행한다. 바이오연구소는 연속공정과 인공지능(AI) 기반 공정 최적화를 차세대 생산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연속공정은 기존 배치 생산보다 공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자동화가 가능해 미래 생산 패러다임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하이브리드 연속공정을 구축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으며, 향후 완전 연속공정과 GMP 생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기술사업개발(Technology BD)그룹과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활용해 ADC와 RNA, AAV, AI 등 차세대 기술을 조기에 발굴 및 내재화하고 이를 플랫폼 사업과 CDMO 경쟁력 강화로 연결한다는 목표다.

정 부사장은 "유럽과 중국 등 해외 대형 CDMO들도 플랫폼 기술 사업을 통해 신규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차별화된 플랫폼을 확보해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사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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