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확정 발표…2001년 이래 역대 최대 규모 조정
지역·필수의료에 연 3.6조원 투입…진찰료·입원료·중증·응급·분만·소아 등 수가 대폭 상향
비수도권·수도권 취약지 지역 가산 도입…검체검사·CT·MRI 수가는 낮춰 연 2.6조원 절감
건강보험 재정 추가 소요는 연 1조원…건보료 인상 필요할 수도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보상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 수가(의료서비스 대가)를 25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로 조정한다. 20년 만에 진찰료를 높이고, 환자 동의하에 10~15분 심층진찰을 받을 경우 진찰료를 2~4배 상향한다. 중증·응급·분만·소아 수가를 높이고 비수도권·수도권 취약지에는 진료비를 더 높인다. 과잉 보상된 검체·영상 검사 수가는 낮춰 연 2조6000억원을 절감한다. 지역·필수의료에는 연 3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이에 따라 연 1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역·필수의료 보상을 강화하고, 과다하게 보상돼 과잉 의료를 유발하는 검사 수가를 낮추는 게 이번 혁신안의 목표다. 오는 12월 시행 예정이며 모자의료센터 보상 강화 등 일부 과제는 3분기에 시행한다. 이번 개편은 현행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도입한 2001년 이래 역대 최대 규모 조정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수가 개편 주기를 기존 5~7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해 불합리한 부분은 신속하게 개선할 계획이다.

우선 20년 만에 진찰료 상대가치점수를 올린다. 이에 따라 의원은 초진 진찰료가 6%, 재진은 4%, 병원급은 초·재진 진찰료가 2% 각각 상향된다. 이에 따라 의원급 초진 진찰료는 1만8840원에서 1만9980원으로, 병원 초진은 1만7500원에서 1만7850원으로, 상급종합병원 초진은 2만1440원에서 2만1860원으로 오른다.
10~15분 이상 진찰하고 진찰료를 2~4배가량 더 주는 '심층진찰료'는 확대한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시행되는 상급종합병원과 소아 대상 일차의료의 15분 이상 심층상담(진찰료 약 3~4배)은 본 사업으로 전환한다.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 연 횟수는 4회에서 6회로 확대하며, 아동은 횟수 제한이 없다. 종합병원과 일차의료(내과·가정의학과·산부인과)는 각각 심층진찰(15분 이상, 초진의 3배, 연 4회), 심층상담(10분 이상, 초진의 2배, 연 4~6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10년 이상 고정된 입원료 기본수가도 상향한다. 일반병실은 7%, 중환자실은 10% 올리고, 간호인력 투입이 높을수록 더 보상한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간호등급(S) 입원료는 현재 66만8000원에서 79만8000원으로 오른다.

비수도권과 수도권 중 지역의사 의무복무 지역 6개 진료권(경기 의정부권·남양주권·이천권·포천권, 인천 서북권·중부권)에는 건강보험 수가를 가산한다. 모든 수술·처치 행위와 야간휴일 응급은 10%, 소아중환자실 처치는 50% 가산한다. 모자센터의 고위험 분만,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료에 추가적인 가산을 적용하는 등 지역 우대수가를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중 84개 시군구에 소재한 종합병원, 병원, 의원에는 진찰료를 5% 가산하고, 종합병원·병원은 입원료 5%를 가산 적용한다.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는 전체 수술·시술 행위의 60% 행위 수가를 20% 상향한다. 주로 중증·응급 수술이다. 휴일·야간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통해 응급으로 입원한 환자의 수술 수가는 5.5배 높인다.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전신마취에 대한 수가 수준을 현행 대비 50% 상향하고, 1600개 중증 수술·시술과 이에 동반되는 마취의 야간·공휴 가산을 현행 100%에서 150%로 강화한다.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 중환자 치료 보상은 중증모자센터와 권역 모자센터 등을 중심으로 대폭 강화한다. 조산아를 중증모자센터에서 분만한 경우, 기본 분만 수가에 더해 약 440만원을 가산하고, 비수도권 모자센터의 경우에는 약 506만원을 가산한다. 신생아 중환자 입원료는 2.2~2.5배 높인다. 기본적인 임신·분만 수가 수준을 20% 상향하고, 고위험분만은 일반 분만의 100~200% 가산을 적용한다.
소아 진료 가산 연령은 6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확대하고 소아 중환자실 처치 때도 가산 50%, 지역우대수가 50%를 신설한다. 이에 1세 미만 소아가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장 유착으로 장관유착박리술을 받으면 현재 가격이 140만원에서 220만원으로 오른다. 중등증 소아 환자를 보는 달빛어린이병원에는 소아전문관리료(5만원)를 신설하고, 소아 인구가 적은 곳에는 야간진료 수가를 30% 가산한다.
독자들의 PICK!
지역 내 진료와 회복기 의료 체계 확립을 위한 보상도 강화한다. 포괄2차병원 지원금액은 연 7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늘리고, 급성기 치료 후 환자가 안정된 상태에서 회복기 병원으로 연계하는 시범사업을 도입한다. 중 재활치료의 대상 연령은 6세 미만에서 9세 미만까지 확대한다.

과도하게 보상되던 검체검사와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 검사 수가는 낮춰 연 2조6000억원을 절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두경부 MRI 가격이 26만7160원에서 17만9560원으로 33% 낮아진다. 환자 본인부담은 16만200원에서 10만7700원으로 조정된다.
위탁 의료기관에 과도하게 보상이 가던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는 27년 만에 전면 개편한다. 위탁관리료를 폐지하고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 검사료 보상 비율을 35%대 65%로 정한다. 위탁 기본수수료 25%(조건부 보상 10% 이내), 수탁 기본수수료 45%(조건부 보상 20% 이내)다. 그간에는 위탁만 맡기는 위탁기관이 전체 검사료의 평균 60% 이상을 가져가 검사 수탁 의료기관의 재정이 악화하고 검사 질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있던 점이 개편 배경이다.


이번 개편으로 환자가 부담하는 진찰료와 입원료, 수술료 등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검사료가 낮아지고, 지역 가산 수가는 전액 건강보험 부담이라 환자가 부담하는 본인부담 진료비는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적으로 추가로 소요되는 건강보험 재정이 연 1조원이라 향후 건강보험료도 오를 수 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율을 약간 인상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보험료 수입 기반 확충 전략을 고민하고 있고 하반기에 발표해 추진할 계획이고, 최대한 보험료 인상으로 가지 않도록 과다 의료 이용 방지, 건강보험 부정수급 관리 강화 등 지출을 효율화를 병행하고 수익을 확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건강보험 수가 혁신방안은 국민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첫걸음"이라며 "지역필수특별회계 지원도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의료 인력 확충, 의료사고 민형사상 부담 완화, 국립대병원 육성 등 제도 개선도 이행해 국민이 지역에서 신속하게 응급치료를 받고 병원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