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넘어 신약·플랫폼으로…전통제약사 성장 전략 진화

정기종 기자
2026.08.03 16:05

제네릭 약가 인하 속 기존 성장전략 재조명…'투트랙' 체질 개선 전환 가속
유한 '오픈이노'·한미 '플랫폼' 앞세워 성과…동아·종근당·대웅 특화 전략 승부수

국내 전통제약사 성장 전략이 다변화하고 있다. 과거 복제약(제네릭)과 개량신약, 탄탄한 영업조직을 기반으로 외형을 키웠다면 이제는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과 독자 플랫폼, 차세대 모달리티(약물전달방식), 디지털헬스 등 새로운 성장축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최근 제네릭 약가 인하 등 기존 사업 환경의 변화가 예고되면서 이들이 수년 전부터 추진해 온 체질 개선 전략에도 다시 관심이 쏠린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통제약사들은 기존 전문의약품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과 연구개발(R&D), 영업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제네릭과 개량신약 중심 사업을 축소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을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으로 유지하면서 신약과 플랫폼, 신규 사업을 키우는 '투트랙' 전략에 가깝다.

과거 국내 전통제약사 경쟁력은 비슷했다. 특허 만료 의약품의 제네릭을 빠르게 출시하고 개량신약을 확대하는 한편, 병·의원 영업력을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성장의 핵심이었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비중 정도가 각 기업들의 특색을 가르는 기준일 정도였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이 혁신신약 중심으로 재편되고 국내 시장 역시 동일 성분 경쟁이 심화하면서 장기 성장동력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2010년대 중반 국내 전통제약사가 처음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10년 가까이 2조원 기업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성숙한 시장 환경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배경이 됐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을 안착시킨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얀센을 통해 미국 허가를 획득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국내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가 발굴한 후보물질을 유한양행이 도입해 임상을 진행하고 글로벌 기술수출까지 연결한 대표 사례다. 이후에도 이뮨온시아와 프로젠 등 바이오벤처 투자를 통해 외부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며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경쟁력은 기술을 직접 발굴하는 데보다 가능성 있는 기술을 선별해 개발과 사업화 역량을 더하는 데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단순한 기술도입이 아닌 회사의 성장 전략으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해당 전략은 2024년 유한양행이 매출 2조원을 돌파할 당시 렉라자 미국 허가에 따른 마일스톤(기술료)이 핵심 동력이 되는 가시적 성과로 돌아왔다.

한미약품은 외부 기술보다 자체 연구개발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 전략을 구축한 대표 사례다. 장기지속형 플랫폼 '랩스커버리'를 기반으로 비만과 대사질환 분야 경쟁력을 키운 데 이어 최근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이중항체, 메신저리보핵산(mRNA), 표적단백질분해치료제(TPD) 등으로 연구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플랫폼 기술은 국내 바이오 기술수출을 주도 중인 핵심 분야다. 개별 품목보다 새로운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확장성이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주로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존재감을 키워왔지만, 한미약품은 가장 먼저 플랫폼 기반 글로벌 신약 개발 모델을 구축한 국내 전통제약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 같은 플랫폼 경쟁력은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대표 파이프라인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로 이어졌다. 국산 첫 GLP-1 유사체 비만치료제 허가를 노리는 에페는 올 하반기 품목허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동아에스티는 ADC 플랫폼 기업 앱티스를 인수하며 핵심 기술을 직접 내재화했다. 또 미국 관계사 메타비아를 글로벌 임상개발 거점으로 활용하며 비만과 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의 해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외부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플랫폼과 개발역량 자체를 그룹 안으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종근당 역시 기존 합성신약 중심 연구개발에서 바이오 신약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네덜란드 시나픽스의 ADC 플랫폼 기술을 도입해 자체 항체와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EGFR·c-MET 이중항체 등 항체 기반 파이프라인도 확대하고 있다. 아직 사업구조 전환을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자체 연구역량에 외부 플랫폼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연구개발 전략을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기존 사업의 강점을 새로운 영역으로 연결하는 사례도 있다. 대웅제약은 씨어스와 협력해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 솔루션 '모비케어'와 인공지능(AI) 기반 입원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를 전국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수십 년간 구축한 병·의원 영업망을 디지털헬스 제품의 상업화 인프라로 확장한 사례다. 의약품 판매를 위해 구축한 영업조직이 의료기기와 환자관리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기 시작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통제약사의 실적을 떠받치는 핵심 사업은 전문의약품과 제네릭, 개량신약이고 새로운 성장축 역시 상당수가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수십년간 고착됐던 사업 구조가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는 데는 의미가 있다"라며 "향후 전통제약사 기업가치는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자금을 어떤 신약과 플랫폼,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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