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4명 중 1명은 손 습진 같은 피부병이 생겼을 때 피부과보다 약국부터 찾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대한피부과학회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소중한 나의 손, 피부과 전문의와 함께'를 주제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손 피부병 경험과 삶의 질 영향, 피부과 전문과목에 대한 인식 등을 확인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5.8%는 최근 3년 이내 △가려움 △갈라짐 △수포(물집) △진물 △각질 등 손 피부병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손 피부병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는 '매우 크다'고 응답한 비율은 85.1%에 달했으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영역으로는 가사 활동(88.1%), 직장 업무(73.8%), 대인관계(69.0%) 등이 꼽혔다. 실제 손 피부질환 경험자 중 67.2%는 질환으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됐다고 답했고, 64.6%는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증상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피부과의원 또는 대학병원 피부과를 찾았다는 응답은 18.1%로 3위에 그쳤다. 약국을 먼저 찾았다는 응답이 26.4%(1위)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 검색(21%, 2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음(14.8%, 4위) 순이었다. 피부과 전문의를 바로 방문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는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45.6%로 가장 높았다.
응답자의 51.6%는 손 피부질환이 질환에 따라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진단과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94.9%는 손 피부질환 치료에 가장 적합한 의료진으로 피부과 전문의를 꼽았고, 90.4%는 피부과 전문의 진료가 중요하다고 응답해 인식과 실제 초기 의료 이용 행태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이하은 대한피부과의사회 홍보이사(포레피부과 원장)는 "이번 조사에서 손 피부질환이 삶의 질과 정신건강 등 일상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전문 진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 비해 실제 피부과 전문의 방문은 낮은 만큼, 증상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조기에 적절한 진료로 이어지도록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에 발생하는 피부질환은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유사해 육안만으로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손 습진을 비롯해 건선, 손발바닥농포증, 백선(무좀) 등이 홍반이나 각질, 갈라짐, 물집 등 비슷한 임상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제24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학회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선 다양한 손 피부질환의 임상적 특징과 감별진단의 중요성이 소개됐다.
한태영 을지의대 피부과 교수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증상과 병력은 물론 직업, 생활환경, 피부 병변의 형태와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첩포검사, 진균검사 등 전문적인 검사를 시행해 원인과 질환을 정확히 감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피부과 전문의에 의한 전문적 진찰과 검사 없이 증상만으로 질환을 판단할 경우 잘못된 진단과 부적절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질환의 악화나 치료 지연으로 환자의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일반의, 다른 과 전문의)가 손에 생긴 무좀을 습진으로 오인해 스테로이드를 처방했다가 무좀이 커져 병원을 찾아온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 피부병은 단순히 피부에 나타나는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손은 업무와 가사, 대인관계 등 대부분의 일상 활동에서 지속해서 사용되는 만큼 질환이 발생하면 통증과 가려움, 피부 손상뿐 아니라 업무 수행과 수면,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손 습진, 건선, 손발바닥농포증, 백선(무좀) 등은 서로 유사한 임상 양상을 보일 수 있지만 원인과 치료 방법은 달라 정확한 감별진단이 중요하다.
이날 대한피부과학회 이지범 회장은 "손 피부질환은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원인과 질환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면 만성화되거나 일상과 삶의 질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증상이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자가치료에 의존하기보다 조기에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한피부과학회도 국민이 안전하고 올바른 피부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피부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피부과학회는 1945년 10월에 설립된 이후 정회원(피부과 전문의) 2607명, 준회원(피부과 전공의) 298명, 기타 준회원 11명, 특별회원 1명 등 총 2917명이 소속된 단체다. 11개 지부학회와 15개 산하학회가 있고, 각 학회는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진료, 교육, 연구 분야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학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