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AI(인공지능)에 검사결과를 보여줄 때 화면 전체를 사진(이미지)으로 보여주는 것과 검사명·수치를 정해진 형식으로 바로 전달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표준화가 되면 AI가 데이터를 읽는 데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보건의료정보원 연례 심포지엄에서 만난 김종엽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이제는 의료AI를 위한 표준이 필요한 시기"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챗GPT' 등으로 건강을 체크하는 게 '일상'이 된 지금 AI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의료데이터를 바꾸고 전송하는 표준화 작업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이날 의료데이터의 상호 운용성, 즉 표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의료AI 서비스 가격을 현재의 100분의1 수준으로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AI가 판단에 필요한 텍스트 몇 글자를 읽기 위해 모든 배경(이미지)을 분석하는 지금의 방식과 표준화로 미리 골라둔 데이터만 읽는 것은 소모되는 토큰량이 그만큼 크게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의료AI의 확산은 의료진·환자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EMR(전자의무기록) 작성과 같은 서류작업, 필요 정보의 조회·정리 등 반복적인 행정업무를 AI로 줄이는 것은 의료현장의 수요가 높고 체감효과도 큰 만큼 빠른 상업화가 점쳐진다. 나아가 관련 법령·제도가 정비되면 환자가 자신의 검사·진료정보를 기반으로 보다 정확하고 체계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물론 표준화를 거친 '한국인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챗GPT 같은 범용 AI보다 무조건 높은 성능을 구현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의대 교과서가 서양인과 동양인을 구분하지 않듯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있어 인종간 차이는 특정 질병 몇 개를 제외하고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AI를 통한 건강상담, 복약지도 등은 애초에 '정확한 의료판단'과는 별개 문제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자신의 증상에 맞춰 답을 내려주니 확신의 강도가 더 세지만 AI의 답변이 의학적 정확성까지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국내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실제 이용환경에서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의료데이터 표준화에 대한 인식·참여는 저조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진료과정에 문제가 없는데 왜 표준화에 인력·비용을 투입해야 하는지 반문이 쏟아진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올해 발표한 'AI 기본의료 전략'의 안착을 위해 하반기에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에는 'AX(AI 전환) 수가' 등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해외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의료환경에 필요한 AI를 주도적으로 개발·운영할 수 있는 '소버린 AI' 역량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우리 데이터'를 이용해 의료특화 파운데이션모델을 확보하는 일은 큰 의미가 있다"며 "AI를 통해 환자와 국민의 편익이 크게 향상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 표준화에 대한 정부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