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퍼스트바이오 파킨슨병 신약 후보 도입…최대 4308억 규모

정기종 기자
2026.09.17 15:07

기술도입·30억원 규모 지분투자 계약…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 확보
LRRK2·c-Abl 동시 저해 질병조절치료제…오픈이노베이션센터 첫 후보물질 도입

17일 SK바이오팜 판교 사옥에서 진행된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 도입 계약 체결식에서 김재은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왼쪾)와 유창호 SK바이오팜 전략부문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로부터 파킨슨병의 진행 자체에 개입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한다. 최대 4308억원 규모의 기술도입 계약과 별도의 지분투자를 통해 중추신경계(CNS) 신약 후보군을 확대하고 아시아에서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본격화한다.

SK바이오팜은 퍼스트바이오와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하는 라이선스(기술 도입) 계약과 전략적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라이선스 계약은 계약금 25억원과 연구·개발·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기술료) 최대 725억원, 순매출액에 따른 마일스톤 최대 2억6000만달러(약 3558억원) 등 최대 약 4308억원 규모다. 상용화 이후에는 제품 판매 순매출액에 따른 경상기술료를 별도로 지급한다.

SK바이오팜은 이와 별도로 퍼스트바이오에 30억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투자도 단행했다. 후보물질 도입에 그치지 않고 양사의 중장기적인 신약개발 협력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계약 대상은 LRRK2와 c-Abl을 동시에 저해하는 저분자 경구용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이다. 특히 LRRK2의 비활성형에 결합하는 '2형 LRRK2 저해제'와 c-Abl 저해 기전을 결합했다. 기존 접근과 차별화된 이중저해 기전을 바탕으로 계열 내 최초 신약으로 개발한다는 목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소실되면서 운동 기능 등이 저하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 대부분이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질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거나 변화시키는 질병조절치료제(DMT)에 대한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크다.

SK바이오팜이 도입한 후보물질은 파킨슨병의 주요 병리 기전으로 알려진 엔도리소좀 기능장애와 알파 시누클레인 축적 등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퍼스트바이오는 현재 전임상 후보물질 선정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향후 연구 진행 상황과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위한 연구 등 후속 개발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SK바이오팜이 설립한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가 주도한 첫 후보물질 도입이기도 하다. 회사는 이를 시작으로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의 유망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시장과 연결하는 '이스트-웨스트 브리지'(East-West Bridge)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스트-웨스트 브리지는 아시아에서 발굴한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전임상과 초기 임상에서 검증한 뒤 SK바이오팜의 임상개발·상업화 역량과 글로벌 협력망을 활용해 후속 개발하는 개방형 연구개발(R&D) 전략이다. 후보물질의 특성과 개발 단계, 시장 환경에 따라 자체 개발과 글로벌 협력을 활용해 개발·상업화 경로를 결정한다.

오픈이노베이션센터는 아시아 지역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검증하고 과학적·상업적 잠재력이 높은 후보를 SK바이오팜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역량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후보물질 도입뿐 아니라 전략적 투자도 지속적으로 검토한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서울바이오허브와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인실리코 메디슨과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발굴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등 외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협력 범위를 전임상 단계 후보물질 도입까지 넓혔다.

퍼스트바이오는 퇴행성 뇌질환과 면역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기업이다. 별도의 파킨슨병 치료제 'FB-101'은 c-Abl 저해제로 미국에서 임상 1상 단일용량상승시험을 마쳤다. 이번에 SK바이오팜이 도입한 LRRK2·c-Abl 이중저해 후보물질은 아직 전임상 후보물질 선정 단계다.

김재은 퍼스트바이오 대표는 "퍼스트바이오의 초기 신약개발 역량과 SK바이오팜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역량이 결합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후속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양사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이번 계약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중추신경계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동시에 아시아의 유망 후보물질을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하는 '이스트-웨스트 브리지' 전략을 구체화한 사례"라며 "그동안 축적한 개발 역량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유연하게 활용해 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이고 질병 진행 자체에 개입하는 차세대 DMT 개발 가능성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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