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노조)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근거로 2대 주주인 삼성전자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업계는 '말이 안 되는 요구', 즉 어불성설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근로자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사용자'에 해당한단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노란봉투법에서 사용자는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라며 "큰 틀에서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적인 보상 구조나 투자 전략 등에 관여한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전략적인 의사결정만으로는 '구체적인' 지배·결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개별 근로자의 인사나 보상을 구체적으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증거를 노조가 제시해야 수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막연한 정황만으로는 사용자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전자를 협상테이블로 부른 것 자체를 '교섭 전략'으로 본다. 최근 영업이익을 둘러싼 갈등으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삼성전자가 또다시 노사 문제로 얽히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삼성전자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려는 시도 자체는 잃을 것은 적고 얻을 것은 많은 패일 수 있다"면서도 "독립된 회사가 굳이 2대 주주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접근은 다소 과도한 전략이란 해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뒤 '누가 사용자인가'(사용자성)를 둘러싼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한화오션을 시작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여러 기업이 노란봉투법의 해석을 두고 단체교섭의 당사자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혼선을 빚고 있다. 교섭 당사자에 해당하는 사용자성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면서 '교섭하라'는 노조에 맞서 법원을 상대로 한 '집행정지'로 대응하는 사측의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최근 여러 기업에서 산하 노조와 모기업이 부딪히는 문제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충분히 예상된 결과"라며 "이런 식의 문제 제기나 교섭 전략을 노조가 짤 수 있도록 만들어준 근거가 노란봉투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직접 고용주뿐 아니라 어떤 배후에 있는 존재를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라며 "노란봉투법이 사용자성 판단에 소위 '지뢰밭'을 열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와 삼성전자의 단체교섭 적법 여부를 두고 노동위원회와 법원 행정소송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교수는 "노사 관계가 진흙탕 속에 빠지고 있다"며 "보완 입법을 전제로 세부 지침을 마련하고 노란봉투법의 '디테일'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