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그간 '기억을 앓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란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평생 관리하는 만성질환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치매약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환자가 약 복용 자체를 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것. 정영희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나, 치매관리법을 들었다.
Q. 치매는 완치법이 없는데, 어떻게 치료하나.
"현재까지의 치매 치료법은 아쉽게도 진행 속도를 늦출 뿐, 완치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하며, 환자마다 관리법에 따라 경과에 큰 차이를 보인다. 치매를 초기에 발견해 약물치료와 비약물적 관리를 빨리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진단 시점을 기준으로 생활습관을 관리하며 꾸준히 치료받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임상 경과는 다르다. 기존의 치매 치료제는 증상을 조절하는 약 위주다.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도네페질·갈란타민·리바스티그민 등)는 기억력과 관련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해 농도를 유지한다. NMDA 수용체 길항제 역시 증상 조절을 목적으로 사용된다. 최근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면역치료제가 등장했다. 이러한 질병조절치료는 증상 조절을 넘어 질환의 경과에 영향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Q. 치매환자가 복약을 유지하기 어렵다는데.
"치료를 시작한 치매환자의 약 40%가 1년 동안 복용 스케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복약 순응도를 충분히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진료 현장에서 보면 치매환자 중엔 홀로 사는 어르신이 많아, 옆에서 약을 챙겨줄 배우자 등 보호자가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다. 설령 배우자가 약을 챙겨주더라도 배우자도 고령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규칙적인 복약이 어려운 이유다. 치매환자는 '나는 아프다'는 인식, 즉 '병 인식'이 떨어진다.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 약을 이미 먹었는지를 잊기도 한다. 또 치매약을 먹었더라도 해열제·진통제처럼 즉각적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워 환자·보호자에게 꾸준한 약물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Q. 치매약 복용을 중단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환자마다 개인 차가 있지만, 치매약을 중단하면 인지 저하를 늦추는 효과가 줄어들고 망상 등 행동심리증상이 다시 나타나거나 심해질 수 있다. 치료 효과를 즉시 느끼기 어렵더라도 초기부터 꾸준히 복용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먹는 약(경구용)뿐 아니라 패치 형태도 있지만 24시간마다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환자나 고령 보호자가 패치 교체 여부를 잊거나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주사를 맞는 방식도 있다. 치매 말기 환자여도 행동심리증상 조절 등 이익이 있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있다면 복용을 유지하길 권한다. 다만 환자가 침대에 누워 지내야 할 정도(와상)이거나, 삼킴이 어려워지면(삼킴장애) 경구약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 환자 상태와 복용 가능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Q. 치매환자가 약을 잊지 않고 잘 챙겨 먹을 방법이 있다면.
"의료진은 가능하면 하루 한 번만 복용해도 되는 경구약을 처방하려 한다. 하루 복용 횟수가 많을수록 약을 챙겨 먹기가 어려워져서다. 환자 또는 보호자는 복용과 관련한 일정한 습관을 만들면 좋다. 예를 들면 달력에 '오늘 복용 여부'를 표시하거나, 오늘 먹은 약봉지를 책상에 남겨두는 식이다. 치매환자가 이런 복용 패턴을 스스로 관리하기 어렵다면 장기요양 제도와 연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할 때 복약을 챙길 수 있도록 센터 측과 협의하고, 센터에 가지 않는 날은 보호자가 관리하는 방식도 활용할 수 있겠다. 방문돌봄 등 기존 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Q. 치매환자의 복약을 관리하기 위해 개선할 점은.
"치매는 아직 정복되지 않았다. 치매약이 다양해졌지만 약효 지속 시간이 길고, 관리하기 편리한 제형이 지금보다 좀 더 다양해지면 좋겠다. 치매 초기 환자도 약을 꾸준히 챙겨 먹을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의료진의 처방, 환자·보호자 교육뿐 아니라 돌봄 제도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기존 장기요양 제도와 고령자 지원 제도에 이어, 초기 환자도 중요한 약을 꾸준히 먹을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다변화하면 좋겠다. 치매 초기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 검사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과 관리가 쉬운 제형의 제도적 도입도 함께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