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전문의들의 상급종합병원 비율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진료 비율이 높은 의원·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의료인력이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민 상당수가 정부가 비급여 진료를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이천시 지역위원장)은 2026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기형적 비급여 시장 , 무너지는 필수의료'를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신규 전문의 상급종합병원 근무, 2024 년 1월 50.5%→ 올 1월 35.7%
필수의료 현장의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신규 전문의의 상급종합병원 근무 비율이 2년 새 감소했다. 2024 년 1월 신규 전문의 2126명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는 1074명으로 전체의 50.5%를 차지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신규 전문의는 362명으로 17.0%였다.
올해 1월에는 신규 전문의 417명 가운데 상급종합병원 근무자가 149 명으로 전체의 35.7%로 2년 전보다 비중이 14.8%포인트 줄었다. 의원급 의료기관 근무자는 118명으로 28.3%로 비중이 11.3%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비급여 진료비 75.4%가 의원·병원
김윤 의원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5년 3월 비급여 보고자료와 동일 의료기관·동일 기간의 건강보험 급여진료비를 연계해 3만1596개 의료기관, 143만여 건을 분석했다 .
분석 결과 한 달 비급여 진료비는 약 1조445억원이었 . 이 가운데 의원에서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46.9%, 병원에서 28.4%가 발생해 의원·병원이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75.4%를 차지했다. 두 종별의 비급여 진료비는 월 7874억원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9조4484억원 규모다.
비급여 진료비는 소수 의료기관에 집중돼 있었다. 전체 의원 2만8770 개소 가운데 비급여 진료비 상위 20%인 5754개소가 의원급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80.5 를 차지했다. 병원급에서도 상위 20% 의료기관이 병원급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61.1%를 차지했다 .
전체 진료비 중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급여 의존도'는 병원 25.0%, 의원 18.6%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 4.7% 와 비교하면 병원은 약 5배 , 의원은 약 4배 높은 수준이다. 의원 1597개 (5.6%)는 전체 진료비의 절반 이상을 비급여에 의존했 , 병원도 146개소(10.9%)가 비급여 의존도 50% 이상이었다.
가격 · 진료량부터 의학적 근거까지 … 비급여 관리의 사각지대
김 의원실이 의원급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를 분석한 결과, 비급여 가격이 높은 의료기관일수록 전체 진료비에서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
이러한 차이는 의료기관을 가격 수준에 따라 나눠 비교했을 때 더욱 뚜렷했다. 도수치료 1회당 가격 상위 10% 의원의 평균 비급여 의존도는 51.7%로 하위 10% 의원의 20.4%보다 약 2.5배 높았다. 체외충격파 역시 가격 상위 10% 의원의 비급여 의존도는 45.8%로 하위 10%의 16.2%보다 약 2.8배 높았다.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권고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도 상당한 규모로 확인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NECA) 의료기술재평가 결과와 실제 환자의 질병 · 비급여 진료를 연계한 결과, 권고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약 3802억원의 비급여 진료 가운데 적응증 미매칭·근거불충분·권고보류 ·'권고하지 않음'에 해당하는 진료가 56.2%를 차지했다 . 명확하게 '권고하지 않음'으로 평가한 비급여 진료는 2025년 3월 한 달 동안 약 380 억원으로, 연간 환산 시 약 4560억원 규모였다 .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청구·심사체계가 분리돼 있는 점도 비급여 관리의 사각지대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실손보험 이용에 따른 건강보험 추가 재정부담을 최소 3조8300억원에서 최대 10조9200억원으로 추정하고,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청구 · 심사기능을 연계할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
특정 항목만 관리할 경우 다른 비급여로 진료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 이후 5개 실손보험사 기준 도수치료 청구건수는 92%, 청구금액은 96% 감소했지만 신장분사 청구건수는 53%, 관련 물리치료 비급여 청구금액은 41% 증가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인대강화주사 · 신장분사 · 체외충격파 등 다른 비급여의 가격을 인상한 사례도 확인됐다 .
국민 10명 중 7명 비급여 진료비 정부 관리 찬성
김 의원이 지난해 여론조사기관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실시한 보건의료 대국민 설문조사에서는 '정부가 비급여 진료비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68.5%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24.5%, '잘 모름'은 7.0%로 찬성 응답이 반대보다 44.0%포인트 높았다 .
조사는 전국 만 18 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5년 10월 24~26일 온라인 구조화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필수의료 지원과 함께 비급여 관리체계도 개편해야
김 의원은 이번 자료집을 통해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 확대와 함께 비급여 시장을 가격·진료량·의학적 근거·실손보험까지 포괄하는 관리체계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우선 건강보험 급여진료와 비급여진료가 함께 이루어지는 혼합진료 영역 가운데 건강보험 의료이용과 진료비에 영향을 미치는 비급여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가격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비급여에 대해서는 의료기술 재평가를 강화해 시장 진입 이후에도 안전성·유효성과 임상적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으로 분리돼 있는 진료비 심사체계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김 의원은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편에서 가격과 진료량의 제약이 적고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비급여 시장이 유지된다면 의료인력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필수의료에서 의료인력을 밀어내는 요인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비급여 시장이 의료인력을 과도하게 끌어당기는 경제적 유인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