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간호사 14명, 서울의 '간호조무사 양성' 고교 방문한 사연은

정심교 기자
입력 2026.11.04 18:15 수정 2026.11.04 18:15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영락의료과학고등학교에서 재독한인간호협회 회원들이 전국 직업계고 간호과 교장·교사·학생 대표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영락의료과학고

60년 전 독일로 떠난 '파독 간호사' 14명이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 눈길을 끈다.

앞서 1966년 독일로 파견 근무를 떠난 한국 간호사 128명은 전문직 간호사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함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뒷받침했고, 세계 무대에 한국 간호의 이름을 알린 소중한 역사로 평가받는다.

4일 서울 관악구 영락의료과학고등학교(교장 김희영)는 올해 파독 간호사 파견 60주년을 맞아 고국을 찾은 재독한인간호협회 회원들과 전국 직업계고 간호과 교장·교사·학생 대표들이 함께하는 '그때 그 손길, 오늘의 미래를 잇다' 행사를 지난달 30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엔 박소향 재독한인간호협회장 등 파독 간호사 14명과 전국 직업계고 간호과 64개 교 중 교장·교사·학생 대표 50여명이 참석했다.

만남의 장소를 제공한 영락의료과학고는 '경천애인'이라는 건학이념 아래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는 '간호과'를 중심으로 보건의료 인재를 길러 온 직업계 고등학교다. 학교 건물이 독일의 지원으로 지어진 인연이 있어, 이번 만남은 한국과 독일, 간호와 교육의 60년 인연을 잇는 자리가 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전국간호교육교장협의회 소속 교장들이 참석하거나 학생 대표들을 보내 함께 만든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고교 단계에서 간호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간호계 1세대 선배들을 직접 만나 직업의 정체성과 비전을 나눴고, 교장·교사들은 AI 헬스케어 시대 직업계고 간호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먼저 AI·스마트헬스케어 실습실에서 간호과 학생들이 VR·AR로 임상 상황을 익히는 실습을 함께 체험하며 달라진 직업계고 간호교육 현장을 살폈다.

이어 대강당에서 열린 특별 좌담회 '그때 그 순간, 오늘의 미래를 잇다'에선 박소향 회장과 임원진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독일에서 전문 간호사로 자리 잡은 경험을 전하며, AI 시대 글로벌 간호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을 짚었다. 좌담회에는 영락의료과학고 전교생과 홍신고등학교 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현장에 오지 못한 전국 직업계고 교사·학생과 서울지역 중학생들은 유튜브 생중계로 함께했다.

지난달 30일 재독한인간호협회 회원들과 전국 직업계고 간호과 교장·교사·학생 대표들이 '그때 그 손길, 오늘의 미래를 잇다' 행사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영락의료과학고

'그때의 손길, 오늘의 AI 간호'를 주제로 열린 세대 간 간담회에선 파독 간호사 선배들과 전국 직업계고 간호과 학생 대표들이 마주 앉았다.

효청보건고등학교 정모 학생은 "선생님들이 파독 전후로 독일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것을 체감하셨는지"를, 염광메디텍고 김모 학생은 "백의의 개척자들 '최초의 K-프로페셔널'인 선배들처럼 글로벌 보건의료 무대로 진출을 꿈꾸는 직업계고 간호과 학생들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지"를 묻는 등 전국에서 모인 학생 대표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선배들은 애정 어린 답으로 화답했다.

60년의 나이 차를 넘어 격의 없고 따뜻한 대화가 오간 이 자리에서, 두 세대는 사람을 돌보는 손길이라는 간호의 본질을 함께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은 "마이스터 제도로 유명한 독일의 직업교육 못지않게, 직접 본 한국 직업계고 간호과의 교육은 정말 훌륭하다"며 감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영락의료과학고 3학년 이서영 학생은 "파독 간호사 선배님들을 우리 학교에서 직접 뵙게 되어 영광"이라며 "간호를 배우는 학생으로서 선배님들의 경험과 도전 정신을 배우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희영 교장(중등간호교육학회장)은 "60년 전 선진 의료를 배우러 독일로 떠나셨던 선배님들이, 오늘은 AI와 가상현실로 간호를 배우는 후배들을 직접 보고 가셨다"며 "예전에는 직업교육을 독일에서 배워 왔지만, 이제 우리는 K-직업계고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들과 학생들이 마주 앉은 모습에서 간호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마음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과 이진우 과장은 "오늘은 전국의 직업계고 간호과가 한자리에 모여 AI 시대 간호교육의 길을 함께 걷기로 한 새로운 시작"이라며 "60년 전 선배님들이 낯선 땅에서 한국 간호의 길을 열었듯, 이제 교육부도 전국 직업계고와 손을 맞잡고 미래 간호 인재를 키우는 길을 함께 열어 가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교육부, 전국간호교육교장협의회, 한국직업교육학회, 중등간호교육학회, 고등학교간호교육협회, ㈜미래엔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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