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대 재벌가문으로 꼽히는 록펠러 가문이 석유와 이별을 고했다.
록펠러가족펀드(RFF)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투자를 모두 거두어들이겠다고 발표했다. 펀드는 "탄화수소 자원 탐사를 더 이상 지속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며 "인류 및 생태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이미 발견된 천연자원들을 보존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펀드는 또 미국 최대 석유업체 엑손모빌의 투자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성명에서 펀드는 "1980년대부터 엑손모빌은 기후변화 문제를 호도해왔다"며 "엑손모빌의 부도덕적인 행위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한다면 이는 우리가 태만에 빠진 것"이라고 전했다.
엑손모빌은 록펠러 가문을 일으킨 존 데이비드 록펠러가 1870년 세운 석유업체 스탠다드오일의 후신격인 회사다. 스탠다드오일을 통해 세계 굴지의 재벌로 거듭한 록펠러 가문이 엑손모빌과 연을 끊고 석유 투자에서 손 떼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37년 데이비드 록펠러가 사망한 이후 그의 후손들은 1967년 RFF를 설립해 석유 부문 투자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점차 높아진 기후 문제로 인해 더 이상은 같은 행보를 이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펀드는 성명에서 "록펠러 가문은 엑손모빌을 비롯해 오랫동안 석유산업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 역사를 지녔다"고 고백하면서 "과거 결정이 가볍거나 큰 고려 없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역사는 움직이며 또 그래야만 하는 게 역사"라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작년 11월 엑손모빌이 뉴욕 연방검찰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도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당시 엑손모빌은 대중 및 주주들에게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해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록펠러 가문의 화석연료 투자 회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록펠러형제펀드(RBF) 역시 약 4500만달러에 이르는 화석연료 투자액은 모두 회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보다 규모가 큰 록펠러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의 경우 현재까지 투자회수에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록펠러재단은 데이비드 록펠러가 1913년 세운 자선 단체이자 민간 재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