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를 둘러싼 불안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 법무부와의 벌금 합의가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카타르 왕가마저 도이체방크에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카타르 왕가는 파라마운트홀딩스, 슈프림유니버설홀딩스라는 두 곳의 투자회사를 통해 도이체방크 지분 총 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하마드 빈 자심 자베르 알티니 전 카타르 총리가 운용하는 이 투자회사들은 지난 2014년 중반 약 17억5000만유로(약 2조1839억원)를 들여 지분을 대량 매입,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소식통은 알타니 전 총리가 존 크라이언 도이체방크 CEO(최고경영자)와 폴 아크라이너 회장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았지만 대신 최근 벌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시켜주길 원한다고 전했다. 벌금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핵심 사업부인 자산관리분야를 매각하는 방안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라고 WSJ는 전했다.
크라이언 CEO는 자산관리사업을 도이체방크의 본질이라고 말할 만큼 중요하게 본다. 하지만 카타르 왕가의 지원을 끊기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한 책무라는 관측이다. 현재로는 자본 확충에 서야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게 도이체방크의 입장이지만 상황이 더 학화할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타르 왕가는 일단 장기주주를 표방하며 인내심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가롭게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다. 카타르 투자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자본 재구성을 대안 투자로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들이 다른 국부펀드와 합작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또 카타르 왕가가 오히려 도이체방크 주가 폭락을 기회로 삼아 지분을 확대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즉각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며 우선 상황이 더 분명해지길 원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도이체방크 경영진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WSJ는 도이체방크 이사회에 속한 11명 중 단 1명만이 작년 1월 이전부터 자리를 지켜왔다고 전했다. 올해 새롭게 합류한 인원만도 5명에 이른다.
올초부터 경영난에 시달렸던 도이체방크는 지난 9월 미국 법무부의 막대한 벌금 폭탄까지 맞으며 제2의 리먼브라더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높이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올해 들어 45% 폭락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사상 최저인 주당 10유로 중반 근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