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의 돈줄…아람코, 석유업체 78조원 인수

강민수 기자
2019.03.28 16:00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경제 다변화 정책 자금될 듯

2017년 10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전략 콘퍼런스에 참석한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 /AFPBBNews=뉴스1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중동 최대 석유화학업체의 지분을 사우디 국부펀드로부터 인수한다고 밝혔다. 거의 80조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은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 정책을 위한 자금 지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아람코가 691억달러(약 78조5600억원)를 들여 석유화학업체 사빅(SABIC·Saudi Basic Industries Corporation)의 지분 70%를 공공투자펀드(PIF)로부터 인수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지분 30%는 사우디 리야드증권거래소(타다울)에서 계속 거래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사회 의장인 PIF는 사우디의 사회 및 경제 개혁 계획 '비전 2030'의 자금줄로 여겨진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를 다변화하기 위해 보건, 교육, 인프라, 레크리에이션, 관광 등 공공서비스 영역을 개발한다는 정책 계획이다. 사빅의 인수 자금은 PIF 자산을 현금화해 다른 영역에 투자하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사빅은 지난해 50여개국으로부터 매출액 450억달러(51조원1500억원)와 순이익 57억달러를 벌어들인 거대 석유화학업체다. 규모로나 국제적 명성으로나 사우디에서 손꼽히는 두 석유업체가 합병하자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일각에선 아람코가 시장가치보다 더 낮은 가격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제기됐다. 그러나 협상에 참여한 익명의 관계자는 "(시장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아람코는 지분에 대한 프리미엄은 지불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기업의 지배력에 영향을 줄 정도의 인수 과정에선 지분 취득자가 시장가보다 평균 20~40%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한다. 아람코는 시장 가치가 993억달러(112조8800억원)에 달하는 PIF의 사빅 지분이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해왔다.

이 거래가 처음 물꼬를 튼 계기는 지난해 아람코의 상장이 보류되면서부터다. 빈 살만 왕세자가 가치를 2조달러(2273조6000억원)로 산정해 지분 일부를 매각한 뒤 1000억달러를 PIF에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절반 수준인 1조달러로 낮춰 잡았기 때문이다.

사우디 정부는 2021년 아람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사빅 지분 인수로 아람코의 투자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람코는 이로써 석유를 생산하는 업스트림부터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까지 보유하게 됐다.

야시르 알 루마얀 PIF 전무이사는 이날 거래가 사우디의 가장 중요한 경제주체 세 곳(아람코, PIF, 사빅) 모두에게 "윈-윈-윈(win-win-win) 전략"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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