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도 없이 코로나 백신 세계 첫 등록…종신집권 위한 푸틴의 욕심

임소연 기자
2020.08.22 07:45

[MT리포트]코로나 재확산 리더십에 달렸다⑤

[편집자주]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COVID-19) 재확산 국면이 뚜렷하다. 초기 방역에 비교적 성공해 방역모범국으로 꼽혔던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방역의 문고리를 틀어쥐고 있는 대만같은 국가들도 있다. 백신을 정권연장이나 지지율을 떠받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최고권력자, ‘(확산에 대해) 나보고 어쩌라는 것이냐’라고 손을 놓아버린 대통령도 있다. 국민들을 수긍하게 하는 리더십과 국가방역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결국 재확산 저지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7월 개헌한 국민투표에 참여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공식 등록했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내부 선전용'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스티븐 모리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부회장은 “푸틴 대통령은 자국 내에서 승리가 필요하다”며 “그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경제가 나빠진 관계로 지난 선거에서 내세운 인프라 투자 공약도 지키지 못할 위치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것으로 겨우 2차 임상시험을 마친 상태에서 국가 승인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딸도 이를 접종했다고 말했다. 또 백신 효과는 상당히 효율적이므로 내달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가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백신 효과 검증에 필요한 시험 단계가 생략되고, 관련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가 과거 미국과 ‘우주선 개발 경쟁’을 벌인 것처럼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리하게 백신 개발을 공표했다는 것이다.

백신 명칭도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로 정했다.

푸틴 발등에 떨어진 불
러시아 코로나19 관리 병원/사진=로이터

푸틴 대통령은 최근 개헌안 국민투표가 가결되면서 2036년까지 종신 집권이 가능해졌지만 코로나19 사태를 통제하지 못하고 경제가 나빠졌다는 이유로 지난 5월 초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59%까지 하락했다.

러시아 내 코로나19 상황은 좋지 않다. 누적 확진자 수는 21일 기준 94만2106명, 사망자는 1만6099명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000여 명씩 늘고 있다. 세계 4위 규모다.

푸틴은 지난 20년 임기 동안의 경제적 실패를 만회해야만 한다. 지난해 7월 기준 러시아 내 절대빈곤 인구는 전 국민의 14.3%를 차지했다. 작년 8월 수도 모스크바에선 반정부 시위가 대대적으로 일기도 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셧다운으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보다 10% 줄었다.

푸틴이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2024년까지 빈곤율을 6.6%까지 낮추겠다”고 했으나 현 추세로 보면 달성 확률은 극히 낮다.

이처럼 지지율 견인이 필요한 푸틴 대통령에게 백신 개발 소식은 강력한 내부 선전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푸트니크란 백신 명칭은 러시아 정부가 국가적 자존심과 전 세계적 경쟁의 일부로서 백신 개발 경쟁을 보고 있음을 상기시켜준다"고 평가했다.

'백신' 신新 냉전
/사진=로이터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보다 먼저 백신을 개발·상용화하고자 하는 경쟁심을 불태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스푸트니크 V'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전 세계 백신 개발 경쟁에서 압도적 자본을 앞세워 선두에 선 미국과의 경쟁의식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코로나19백신 개발 선점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빼앗긴 주도권을 회복하려고 하고 있다고 봤다. 또 구 소련 붕괴 후 주요 분야에 대한 적은 투자, 두뇌 유출로 훼손된 러시아의 과학적 우수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의미다.

주디 트위크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 교수는 "2018년 차세대 기술을 약속한 푸틴의 초강력 무기 발표와 비슷하다"고 봤다. 설령 실현되지 않더라도 전국민을 상대로 국가적 승리와 기대감을 북돋기 위한 맥락에서다.

푸틴은 2018년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신형무기'라며 핵 추진 순항미사일,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최신예 슈퍼무기를 소개했다. 그는 "신형 무기 개발로 미국이 이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MD가 무용지물이 됐고 러시아 발전을 저해하는 서방 노력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학·보건적 측면에서 러시아가 실제 성공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객관적 평가자들 사이에서도 러시아 당국의 해명이나 반박에 세계 최초 승인 백신에 믿음을 갖게 할 만한 근거자료나 과학적 설명이 담겨있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리슨 수석부회장은 “만약 백신의 부작용이 발견됐음에도 러시아가 이를 덮으려 할 경우 큰 역공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165종의 백신이 개발되고 있으며, 그중 6종류가 마지막 3차 임상시험 단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 중국, 영국 등의 대형 제약사와 연구소들이 백신 개발의 선두권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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