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우린 방역 잘하는 나라"…동계올림픽 D-10, 들뜬 베이징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2.01.25 14:21

저비용, 친환경 콘셉트로 성공개최 기대감 물씬

왕푸징 거리 중앙에 설치된 시계탑. 동계 올림픽 개최일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준다./사진=김지산 기자

D-10.

2월4일로 예정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뚜렷한 경기 하강국면 속에 베이징시까지 침투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그로 인해 한층 강화된 방역에도 올림픽 성공 개최 기대감을 가두지는 못했다.

25일 베이징 최대 번화가 왕푸징. 거리 곳곳에 동계 올림픽 마스코트인 '빙둔둔'과 '쉐룽룽'을 만날 수 있다. 도시를 감싼 미세먼지 너머로 상가 외관을 장식한 올림픽 관련 장식물이 희미하게나마 축제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었다.

길에서 만난 30대 회사원 왕라오씨는 "동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릴 거라는 데 의심하지 않는다"며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다지만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방역을 잘하는 나라"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왕씨 말에는 코로나19 확산이 현실화 된 데 따른 걱정과 그럼에도 당국을 믿는 신뢰가 깔려 있다. 실제 베이징 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서서히 늘고 있다. 전날에만 9명이 추가돼 15일 오미크론 감염자 출현 이후 전체 감염자는 52명으로 늘었다. 올림픽 참가를 위해 입국한 529명 중 선수 1명을 포함해 4명이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했다.

상황은 우려스럽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기로 유명한 중국 방역 시스템 때문에 확산 속도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놀랍도록 느리다. 2000명 넘게 확진됐던 1300만명 인구 도시 시안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최근 지역 봉쇄를 풀었다. 중국인들은 베이징시와 외국인 올림픽 참가자들도 머지 않아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워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왕푸징 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올림픽 카운트다운 시계탑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자신을 주부라고 소개한 40대 장팡씨는 "뉴스들마다 경제가 좋지 않다고들 하던데 이번 올림픽이 경제를 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은 연간 8.1%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1분기 기저효과로 18.3%까지 성장률이 치솟더니 4분기에는 4.0%로 내리막을 걸었다. 올해는 연간 성장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할 거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왕푸징 거리에 설치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 마스코드 조형물 /사진=김지산 특파원

그래서일까.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검소하게 준비했다. 경기장 12곳 중 8곳이 2008년 하계 올림픽 때 지은 건물이다. 2008년 박태환이 수영 금메달(자유형 400m)을 땄던 경기장(수이리팡)은 컬링장으로 꾸몄다. 그 때 개·폐회식과 육상, 축구 경기가 열렸던 주경기장, 일명 냐오차오(새 둥지)는 이번 올림픽 개.폐회식 장소로 활용한다. 핸드볼, 리듬체조 등이 열렸던 국립경기장(산즈)은 아이스하키장이 됐다.

세계 최초로 동계와 하계 올리픽을 모두 치르는 나라답다. 14년 사이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빅이벤트를 연이어 개최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수월했다. 중국은 올림픽 기간 중 경기장 내 전력을 100%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이 이번 올림픽 키워드로 '친환경(綠色)'을 설정한 데서 중국 정부의 '탄소중립 선도국'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동계 올림픽 성공 개최는 중국의 자존심 회복의 중대한 고비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등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과 신장위구르 인권문제에 관한 그들의 압박, 경제침체, 코로나19 등 안팎으로 도전 과제들이 산적한 가운데서 치른 행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로로 돌아가게 된다. 올 가을 20차 당대회는 시 주석의 당 총서기직 3연임을 확정하는 화려한 대관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은 2018년 양회에서 자신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개헌을 통과시키고 지난해 11월에는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사상 세 번째 역사결의를 채택함으로서 장기집권의 명분을 완성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올림픽은 시 주석 장기 집권을 공식화할 당대회에 앞서 깔릴 레드카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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