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팬데믹은 처음이라"…오락가락 WHO, 왜 이러는 걸까요

송지유 기자, 정혜인 기자
2022.03.11 06:28

[MT리포트] 팬데믹 2년, WHO 대해부①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11일로 만 2년이 됐다.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4억5000만명, 사망자는 600만명을 돌파했다. 인구의 5% 넘게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이다. 역대 최악의 팬데믹 시대, 세계보건기구(WHO)의 현주소를 되짚어본다. 세계 공중보건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염병에 대응해야 할 이 조직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걸까.
(왼쪽부터)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과 마리아 밴커코브 WHO 기술팀장 /신화=뉴시스

"팬데믹을 막을 수 있었지만 초기 대응이 늦어져 기회를 놓쳤다."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독립조사위원회가 지난해 5월 발간한 보고서에 실린 분석이다. 이 위원회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기 직전인 2020년 2월을 '잃어버린 한 달'로 표현했다. 너무 많은 나라가 기다리며 지켜보는 길을 선택하면서 전염병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많은 나라들이 팬데믹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이라 글로벌 정치 리더십도 부재한 때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우왕좌왕했던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WHO다. 낯선 바이러스의 등장에 세계 각국이 WHO만 바라보고 있는데 팬데믹 여부조차 제 때 판단하지 못했다.

어쩌다 한 번의 실수가 아니다. 전 세계인들이 사상 초유의 3년차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지만 WHO의 헛발질은 여전하다. 같은 사안에 대해 관계자마다 다른 목소리를 낸다.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는가 하면 심지어 같은 날 상반된 주장을 하기도 한다. WHO가 바뀌지 않는 한 시계를 2020년 2월로 되돌려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 세계가 역대 최악의 팬데믹을 경험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에서 내린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스1
11년 만에 찾아온 팬데믹에 패닉, 서툴렀던 대응

WHO는 2020년 3월 11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수 있다며 팬데믹을 선포했다. 1948년 WHO가 설립된 이후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A형독감 H1N1)를 포함해 3번째다.

신종플루 사태 이후 11년 만에 찾아온 팬데믹 상황에 WHO는 당황했다. 중국 수도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 우한시 위생보건위원회가 2019년 12월 31일 WHO에 급성폐렴 집단감염 사태를 첫 보고한 지 70여일이 지나서야 팬데믹 결정을 내렸다. 이때는 이미 세계 118개국에서 12만명 이상이 감염, 4300명 이상이 사망한 뒤였다.

WHO의 전염병 경보는 동물·사람 등에게 감염되는 정도에 따라 총 6단계로 나뉜다. 이 중 팬데믹은 6단계로 최고 위험 등급이다. 사람들이 면역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질병이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졌다고 판단될 때 이를 선언한다. 에볼라바이러스·지카바이러스 등처럼 특정 전염병이 국한된 지역에서 확산된다고 판단될 때는 '국제보건비상사태(PHEIC)'를 발령하기도 한다. 신종플루와 코로나19는 당초 국제보건비상사태로 발령했다가 팬데믹으로 전환한 경우다.

단기간 다양한 지역으로 퍼진 코로나19 확산세를 간파했다면 팬데믹 대응이 빨랐을 수 있다. 하지만 WHO 사무국에는 팬데믹 대응과 관련 모든 과정을 경험했거나 선제적으로 판단할 전문가가 부족했다. WHO 수장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역시 2017년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은 팬데믹 대응에 서툰 모습을 보이는 등 리더십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022년 종식" vs "아직 멀었다"…2년 지났지만 여전한 혼선

팬데믹 지각 선포만 문제가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마스크 착용, 무증상 전파 등에 대한 판단도 엇갈렸다. "코로나19 무증상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WHO도 답을 모르겠다"는 한심한 발언이 여과 없이 공개됐다.

코로나19 기원을 찾는 데 실패한 것은 지금까지도 WHO의 발목을 잡고 있다. 팬데믹 기원 조사팀을 우한에 파견했지만 의미있는 결과를 얻지 못해 학계와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우한 수산시장·실험실 등에 대한 입장이 수차례 바뀌었다.

지난해 말부터는 팬데믹 종식과 관련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2022년 팬데믹이 종식될 것"이라고 핑크빛 전망을 했다가 며칠 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것"이라고 입장을 뒤집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한 남성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사진=AFP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조직·예산·인력 등 측면에서 WHO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올해 G20 의장국을 맡은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WHO의 현재 위기관리체제는 국제기구의 내재적인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며 "세계 보건 비상사태를 대비해 자금·백신·의약품 등 조달과 배분 등을 관장할 새 보건기구 창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지호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WHO가 팬데믹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국제기구의 파워나 역할을 과대평가한 것"이라며 "힘 없는 리더십 구조를 만들어 놓고 지적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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