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역량 4~5%를 책임지며 세계 3대 운하로 분류되는 파나마 운하가 내년 1월 출범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파나마 간 외교 분쟁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캐나다를 향해 "51번째 주"라며 공격한 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를 겨냥해선 '운하 통제권 반환'까지 요구할 태세다. 또한 1기 시절 구매 의사를 보였던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다시 한번 미국 영토에 넣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CNBC·B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게시물에 이어 이날 애리조나주 지지자 연설까지 연일 파나마 운하 통행료가 비싸다고 지적하며 파나마 정부를 향한 '운하 통제권 반환 요구 예고'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이 다른 곳에서 당하는 것처럼 파나마 운하에서도 당하고 있다"며 파나마 정부가 운하 통행료를 인하하지 않으면 운하 통제권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파나마 운하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경고하며 "운하가 잘못된 사람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CNBC는 "중국은 파나마 운하를 관리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홍콩에 본사를 둔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가 오랫동안 운하 끝에 있는 두 개의 항구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14년 미국은 상업 및 군용 선박의 통행을 위해 파나마 운하를 건설했고, 1977년 맺은 '토리호스-카터 조약'에 따라 파나마가 1999년 12월31일부터 운하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게 됐다. 파나마 운하 통행료는 파나마 정부 연간 수입의 20%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25억달러(약 3조6215억원)의 자금이 운하 통행료로 국가 재정에 포함됐다. 미국은 이 운하의 최대 이용국이다.
외신은 "미국 지도자가 주권을 가진 국가에 영토를 넘기라고 강요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이는 차기 미국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동맹국에 대한 위협 등의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국경 문제 등을 이유로 캐나다에 25% 관세 엄포를 놓은 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칭하는 등 선을 넘는 공격을 벌이고 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22일 X에 올린 대국민 연설에서 "파나마의 영토 주권은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파나마 운하와 그 인접 지역은 모두 파나마 일부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당선인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운하 통제권 반환 요구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물리노 대통령의 연설을 공유하며 "그건 두고 봐야 한다"고 했고, 미국 국기가 있는 파나마 운하 사진을 올리며 "미국 운하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썼다.
한편 당선인은 이날 트루스소셜 다른 글에서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켄 하워리를 주덴마크 미국 대사로 지명한다면서 "미국의 안보와 전세계의 자유를 위해 절대적으로 그린란드를 (미국이) 소유,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란드는 북미 대륙 북쪽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 섬으로 덴마크령이다. 그린란드는 북미 대륙과 유럽을 잇는 위치에 있어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며 희토류, 베릴륨, 텅스텐 등 전략이 상당히 매장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변에 막대한 양의 원유가 매장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트럼프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언했다가 외교 마찰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