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하면서도 강경한 관세 정책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대형 항공사와 소매업체들이 잇달아 실적 전망 눈높이를 하향하고 나섰다. 미국의 소비심리 악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시장에 만연한 경기 둔화 우려를 뒷받침한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은 이날 실적 발표에서 1분기 주당 조정손실을 60~80센트로 전망했다. 종전 예상치인 20~40센트 대비 2배 증가한 것이다. 하루 전 델타항공 역시 1분기 주당 순익 전망치를 종전 70센트~1달러에서 30~50센트로 절반 축소했다.
항공사들은 여객 수요 추세가 급격하고 광범위하게 반전됐다고 지적했다.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JP모건 주최 콘퍼런스에서 잇따른 항공기 사고와 연방 지출 감소 등을 언급하며 현재 항공업계가 처한 상황을 "끔찍한 일들의 행진"이라고 표현했다. 또 정부 정책 등으로 인한 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소비 심리 하락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실적 하향 여파로 항공사를 비롯해 여행업계 전반에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아메리칸항공이 8.3%, 델타항공이 7.2% 각각 추락했다. 부킹닷컴 모회사인 부킹홀딩스가 2.2% 내렸고 익스피디아는 7.3% 떨어졌다.
소매업계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이날 미국의 대형 스포츠용품 판매업체인 딕스스포팅굿즈는 올해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13.8~14.4달러로 제시해, 월가가 기대했던 14.86달러를 하회했다. 소매점 체인 콜스는 올해 주당순이익이 10~60센트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해, 월가 전망치인 1.23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간밤 딕스스포팅굿즈는 주가는 5.7% 미끄러졌고, 콜스는 24% 폭락했다. 미국 소비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월마트 역시 지난달 불확실성을 이유로 올해 실망스러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바 있다.
글로벌데이터의 닐 손더스 전무는 "너무나 많은 혼란이 있고 정책이 너무 많이 바뀌고 있다"면서 "소매업체들은 올해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 경고가 소비 심리 악화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시장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그 부담을 소비자가 떠안을 것이란 우려가 만연하다. 경제 지표에선 경제를 지탱하는 두 개의 축인 소비와 고용이 모두 흔들리고 있단 신호가 나온다. 미국의 2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2월 비농업 고용지표에선 신규 일자리가 예상을 밑돌고 실업률은 상승했다.
소비자들은 경제 상황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미국인들은 12개월 후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보다 훨씬 높은 3.1% 수준을 가리킬 것으로 예상했다. 또 4명 중 1명은 1년 후 가계 재정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댈러스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에린 간스(40)는 자동차 보험에서 계란까지 광범위한 가격 인상을 언급하며 경제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블룸버그를 통해 "솔직히 말하면 예측 불가"라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확신은 10점 만점에 0점에 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