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웡 푹 코트' 아파트 화재 생존자가 사고 발생 당시 경보음을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28일(한국시간) 뉴욕타임스는 홍콩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아내와 함께 탈출한 생존자 70대 라우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라우씨는 지난 26일 우연히 욕실 창문을 내다보다 옆 건물을 타고 올라오는 불길을 발견했다. 그는 "불이 고층 아파트 외벽을 타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번졌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화재 경보는 울리지 않았고 문을 두드리는 경고도 없었다. 라우씨는 아내와 함께 19층에서 계단으로 내려와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그는 "스스로 탈출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생존자 완씨의 탈출도 비슷했다. 8층에 거주하는 그는 화재 당시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멀리 구급 사이렌 소리가 울렸을 때도 홍콩의 평소처럼 시끄러운 오후 정도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한다.
완씨는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을 듣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아파트 창밖을 가득 메운 연기를 봤고, 즉시 비상계단을 통해 대피했다.
CNN도 화재 발생 당시 건물 안에서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는 증언에 대해 보도했다. 이 때문에 주민 대피가 늦어지면서 피해가 커졌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아파트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된 가설물 때문에 외부 상황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히 아파트 창문 대부분이 건물 외부에서 진행 중인 보수 공사 때문에 얇은 폼 보드로 덮여 있어 창밖의 불과 연기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번 화재에선 대피가 어려운 고층 거주 노인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현지 인구조사에 따르면 웡 푹 코트 아파트 거주자 약 40%가 65세 이상 노인으로 파악됐다.
한편 화재 사망자가 94명까지 늘어났다.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주민 등을 포함한 실종자는 여전히 200여명에 달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