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고층 주거단지 왕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가 128명으로 늘어났다. 화재 당시 화재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희생자 중에는 동남아 국적의 가사 도우미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8일 홍콩의 보안 책임자는 왕 푹 코트 아파트 화재 사망자수가 128명으로 늘어났고, 실종자는 약 200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26일 홍콩 타이포 북부 소재 32층짜리 8개 타워로 구성된 왕 푹 코트 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홍콩 당국이 사흘째 구조활동을 벌였으나, 실종자 대부분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 보안국장 크리스 탕은 기자회견에서 해당 단지의 화재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구조 활동을 마친 현재 소방관 12명을 포함해 최소 79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왕 푹 코트는 총 4600여명이 거주하는 대단지로, 보수 공사를 위해 대나무 비계와 녹색 그물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경찰은 창문을 가연성 폼보드 등 안전하지 않은 자재로 막은 혐의로 건설 회사 임원 3명을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희생자의 가족들은 구조대원들이 찍은 사망자의 사진을 보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48세의 미라 웡은 통신에 "아마도 제 아빠의 시신일지도 모르는 사진이 있다"며 "아빠의 시신은 아직 실종 상태"라고 했다. 신원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는 다른 주민은 "이성적으로는 희망이 없다"며 "하지만 시체는 찾아야 한다. 너무 슬프다"고 밝혔다.
이주 여성 난민 협회인 베튠 하우스의 대표이사 에드위나 안토니오는 필리핀 출신의 수십명의 가사도우미 19명도 이번 화재로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영사관은 사망자 중 2명이 가정부로 일하는 인도네시아 국적자라고 밝혔다. 홍콩에는 약 36만8000명의 가정부가 있는데, 대부분 저소득 아시아 국가 출신 여성으로 고용주와 함께 살고 있다.
왕 푹 코트 화재는 1948년 창고 화재로 176명이 사망한 이후 홍콩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화재다. 2017년 72명의 사망자를 낸 영국 런던의 그렌펠 타워 화재와 비교되기도 했다.
특히 이번 화재는 가연성 외장재를 외부에 설치한 유지보수 회사에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은 왕쿡 코트 단지의 유지보수를 담당한 프레스티지 건설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을 체포했다. 엘린 청 경찰청장은 전날 "회사의 책임자들이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고를 일으켰고 화재가 통제 불능으로 번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홍콩 도시개발국은 대나무 비계를 금속 비계로 교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홍콩 행정장관인 존 리는 정부가 피해주민을 돕기 위해 3억 홍콩달러(약 580억원) 규모의 기금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