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가치가 26일(현지시간) 4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본 엔화 지지를 위해 미국과 일본 당국의 시장 공동 개입 가능성이 거론된 영향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DXY)는 이날 97.06을 나타내며 전 거래일 대비 0.6% 하락했다. 달러 인덱스는 이날 장 초반 96.85까지 떨어지며 97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만에 최저치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시장 관계자들에게 엔/달러 환율에 대해 문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지난해 5월 이후 최악의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이같은 움직임은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는 26일 달러당 153~154엔 수준으로 상승했다. 약 2주 전만 해도 엔화는 달러당 159엔 부근에서 거래되며 지난 30년 사이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엔화는 일본 금리가 오랫동안 제로(0) 수준에 머물면서 10년 이상 달러 대비 약세 흐름을 보여왔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초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해왔다.
엔화 약세는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올해들어 더욱 심화된 이유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릴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런 관측으로 인해 일본의 4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4%를 웃돌며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클래리티 FX의 이사인 아마짓 사호타는 마켓워치에 "엔화 지지를 위한 시장 개입 관측이 고조되며 시장은 달러 약세 기조로 돌아섰다"며 엔화 강세는 "낮은 금리의 엔화로 미국 주식을 사는 캐리 트레이드에서 투자자들이 물러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를 예측해 유명해진 마이클 버리는 엔화 가치가 "추세 반전을 해야 할 시기가 이미 지났다"며 엔화 강세로의 추세 반전은 많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슈왑 금융 리서치센터의 수석 채권 전략가인 케이시 존스는 소셜 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미국과 일본의 시장 개입은 "(엔화 약세의) 모멘텀을 늦출 뿐" 엔화 약세 기조를 뒤집으려면 "펀더멘털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달러 인덱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신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달러 가치가 압박을 받던 지난해 9월과 7월 저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클래리티 FX의 사호타는 달러 인덱스가 대략 96선이었던 지난해 9월과 7월 저점을 깨고 내려간다면 "지난해 여름 이후 멈췄던 달러 약세 기조가 재개될 수 있다"면서도 달러 인덱스가 지금 수준에서 "바로 급락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그는 "(달러 인덱스가) 지난해 여름 이후 그랬듯 변동성이 큰 박스권에 머물 수도 있지만 확실히 (달러 가치를 둘러싼) 상황은 무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한 번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가능성도 달러 가치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호타는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이슈들과 차기 연준 의장 결정, 연방대법원의 관세 적법성 판결을 앞둔 불확실성, 미국의 그린란드 접근법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만 등도 달러 가치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