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춘제(음력 설) 연휴 직후 미쓰비시 등 20개 방산 관련 기업을 수출통제 관리 명단에 올렸다. 일본에 대한 군사 관련 물자 수출을 금지한 지난 달 결정보다 한층 정교한 제재 조치다. 중국은 일본의 재군사화 및 핵무장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번 20개 기업 통제 조치에 나섰다며 재선에 성공한 다카이치 내각의 국방력 강화를 견제하겠단 뜻을 분명히했다.
중국 상무부는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 안보와 이익을 수호하고 확산 방지 등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미쓰비시 조선 주식회사 등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참여한 20개 일본 법인을 수출통제 관리 명단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명단에 포함된 기업은 △미쓰비시 조선△미쓰비시 중공업 항공엔진△미쓰비시 중공업 해양기계△미쓰비시 중공업 엔진 및 터보차저△미쓰비시 중공업 해사 시스템△가와사키 중공업 항공우주 시스템△가와중 기후 엔지니어링△후지쯔 방위 및 국가안보△IHI 동력시스템 △IHI 주요 금속△IHI 제트 서비스△IHI 우주항공△IHI 항공 제조△IHI 우주항공 엔지니어링△NEC 네트워크 및 센서 시스템△NEC 항공우주 시스템 △일본해양연합△JMU 방위 시스템△일본 방위대학△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등이다.
상무부는 해당 20개 기업에 대해 이중용도 품목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중용도 품목은 군과 관련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품목이다. 또 상무부는 해외 조직 및 개인이 중국이 원산지인 이중용도 품목을 해당 20개 기업에 이전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며 이미 진행 중인 관련 활동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무부는 이중용도 품목의 최종 사용자 및 최종 용도를 확인할 수 없는 스바루 등 등 20개 일본 기업도 관찰 명단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군수 관련 사업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20개 기업의 명단도 별도로 추린 셈이다. 상무부는 이들 관찰명단 기업에 대한 엄격한 최종 사용자 및 최종 용도 심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러한 조치의 목적은 일본의 재군사화 및 핵무장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조기 총선 이후 집권 보수 연정이 의회 의석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며 국방비 증액에 대한 정치적 기반을 더욱 강화한 다카이치 내각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인 셈이다. 일본 의회는 지난해 12월 추가경정예산안을 승인하며 연간 방위비를 사상 최대규모인 약 104조원으로 편성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간 냉각 기류도 재확인됐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18일 재선에 성공한 이후 이날까지 시 주석 명의의 축전을 보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총리 취임 당시에도 시 주석의 축전은 없었다. 주요국 정상 취임이나 재선 시 국가주석 명의로 축전을 보내는 것이 관례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군수 관련 수출통제를 한층 정교하게 가다듬어 일본을 전략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국 갈등은 지난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 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촉발됐다. 이에 중국은 올해 1월 일본에 대해 희토류를 중심으로 한 군사 관련 물자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와 관련, 일본종합연구소의 노기모리 미노루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중국은 다카이치 정권을 직접 압박할 경우 다카이치 총리의 일본 내 지지율만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정 기업을 겨냥한 이번 조치는 일본에 대한 견제가 직접 압박에서 간접 압박으로 전환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설명연구·과학적예측센터'의 제임스 다운스 소장은 "일본 경제의 특정 부문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무역 전반을 광범위하게 교란하지 않으면서도 일본 방위산업을 겨냥해 지정학적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이번 명단 지정은 소수의 일본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며 관련 조치는 이중용도 품목에 한정됐다"며 "이는 양국간 정상적인 무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