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황제'로 불리는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CEO(최고경영자)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비슷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AI(인공지능) 투자 열풍 등으로 금융권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일부 기관들이 무리한 대출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CNBC 등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JP모간의 '회사 업데이트' 행사에서 금융 산업 경쟁 관련 질문에 "2005년, 2006년, 2007년에 우리가 봤던 것과 거의 같은 상황을 보고 있다. 상승장이 모든 배를 띄웠고, 모두가 많은 돈을 벌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다이먼 CEO는 "JP모간은 순이자수익(NII) 확대를 위해 더 위험한 대출을 하려 하지 않는다"면서도 현재 시장 전반의 분위기에 대해선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이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게 보인다. NII를 만들려고 무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사람들이 지금 높은 자산 가격과 높은 거래량이 진짜이고,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다소 안심하고 있는 것 같다. 자산 가격이 높다는 사실이 나를 안심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위험을 더 키운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이먼 CEO는 신용 사이클은 다시 악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차입자들의 대규모 채무 불이행이 발생해 대출 기관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 충격이 예상치 못한 산업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신용 사이클의 악화 시점이 언제일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와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퍼스트브랜즈의 파산신청 등을 과열된 미국 신용시장에 숨은 위험을 드러내는 신호일 수 있다며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나타났다면 (실제로는) 아마도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다이먼 CEO는 "신용 사이클에는 항상 놀라움이 있다. 어떤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지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2008~2009년에는 유틸리티와 통신회사가 그랬고, 이번에는 AI(인공지능) 영향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만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소프트웨어 산업이 가장 큰 충격을 받게 될 거란 것이다.
현재 투자자들 사이에선 앤트로픽, 오픈AI 등의 AI 모델이 소프트웨어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상태다. 이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대출 문제로 이어지며 미국 사모신용 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미국 대체자산운용사 블루아울 캐피털이 자산 펀드의 환매 중단을 발표하자 시장에선 즉각 사모신용 시장의 유동성 경색 공포가 제기됐다. 블루아울은 지난 19일 자사의 비상장 BCD(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인 OBCD II에 대해 투자자들의 환매를 영구 중단한다고 밝혔다.
마크 립슐츠 블루아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때도 겪었던 일"이라며 과도한 공포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블루아울의 환매 중단과 AI의 소프트웨어 등 기존 산업 붕괴 우려와 연결 지었다. 블루아울은 RL데틱스나 스마트시트 같은 소프트웨어(SW) 업종에 막대한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무함마드 엘 에리언 전 핌코 CEO는 블루아울의 환매 중단을 두고 "탄광의 카나리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나리아는 광산에서 유독가스 위험을 감지하는 조기경보 장치로, 이번 OBCD II 환매 중단을 그때와 같은 위기 신호로 본 것이다. 2007년 BNP파리바은행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펀드 환매를 중단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