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최후통첩을 보냈다가 공격을 보류하겠다고 돌아서면서 중동전쟁에서도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이란이 지난 이틀간 매우 바람직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이를 바탕으로 전쟁부(국방부)에 이란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5일 동안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21일 이란에 48시간의 시한을 제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어 시한 만료일인 23일, 공격에 나서는 대신 이를 보류하며 협상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번 '타코'는 이란이 미국의 예상보다 강경하게 나오면서 전쟁이 파국으로 치달을 우려가 있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빠른 종전'을 약속했지만 전황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확전 양상으로 이어졌다. 전쟁 성격이 에너지 전면전으로 비화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세계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다. 즉 전쟁의 출구를 찾기 어려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타코' 밖에 길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타코'는 시장을 즉각 진정시켰다.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고 요동치던 국제 유가는 10% 넘게 급락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CNN은 트럼프가 미국의 증시 개장 직전 입장을 낸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앞선 '타코' 사례들도 증시 개장과 마감 시점을 고려해 단행했기에 의심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실제 이란에 대한 첫 공습을 발표한 지난달 28일은 장 마감 후였다. 지난해 관세 전쟁을 선포할 때도 기자회견 시간을 기존 오후 4시에서 장 마감 이후인 오후 4시30분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증시가 폭락하자 관세 유예를 발표하는 '타코'에 거듭 나선 전례가 있다.
다만 이번 '타코'의 경우 이란이 계속해서 강경한 태세를 유지하면서 협상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번복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롭게 시한을 정한 5일 뒤 상황도 변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타코'했다. 한국을 비롯한 5개국을 콕 집어 군함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가 호응을 얻지 못하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하지도, 도움을 바란 적도 없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란전쟁에 앞서서는 주로 관세 전쟁에서 '타코' 행보를 보였다. 그는 지난달 그린란드 문제로 유럽 국가와 충돌하면서 8개국에 추가 관세를 예고했지만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동한 뒤 관세부과 입장을 철회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이후 줄곧 '타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4월 전세계 57개국에 10~49%의 상호관세를 매기겠다는 이른바 관세 전쟁을 선포한 뒤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이를 유예하기로 발표했다.
이후에도 '관세 타코'는 계속됐다. 중국을 상대로 관세를 145%까지 올리며 무역 전쟁 수위를 높이다가 돌연 관세 관련 행정명령을 조정하거나 철회했고 유럽연합(EU)에도 50% 관세를 위협했지만 시행일을 유예했다.
'타코'는 '트럼프는 항상 겁 먹고 물러선다'는 조롱의 뜻을 담고 있다. 충격적인 입장을 발표한 뒤 나중에 이를 철회하거나 축소하는 일을 의미한다. 지난해 5월 파이낸셜타임스(FT) 금융 칼럼니스트 로버트 암스트롱이 처음 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