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회 총격 사건에 대해 "우리는 정신나간 세상에서 살고 있다"면서 사건 당시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미국 CBS 뉴스 노라 오도넬 기자와 인터뷰에서 "(총격 사건 당시) 부상자 나올까봐 걱정이 많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인생이라는 게 그렇다"며 "우리는 정신나간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총격범이 대통령 암살을 계획했는지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읽은 성명을 보면 총격범은 극단주의에 빠졌다. 기독교 신자였다가 반(反)기독교주의자가 됐다"고 답했다. 이어 "아마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한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총격 사건 당시 보안 요원들은 JD밴스 부통령을 먼저 일으켜 세운 다음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쌌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밴스 부통령을 먼저 대피시킨 것은 경호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리에 힘이 풀린 것처럼 잠시 주춤하는 듯한 장면도 문제시됐다.
요원들이 밴스 부통령을 먼저 대피시킨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 때문이었다"라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보고싶어서 요원들을 잠시 제지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지나니 어쩌면 평소와 다른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좀 더 지켜보자'며 천천히 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를 반쯤 숙여 걸어다가 요원들 지시에 따라 엎드린 채로 무대를 내려갔다면서 "전에도 이런 일을 몇 번 겪어봤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리고 나서 일어나 대기실로 간 다음 가능하면 행사를 계속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총격 사건 용의자 콜 토머스 앨런은 범행 직전 가족에게 범행 동기와 표적을 적은 성명(메니페스토)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글엔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의 경호가 허점투성이라는 대목도 있었다. 앨런은 "모퉁이, 호텔 방마다 보안 카메라와 도청장치가 설치돼 있고 무장 요원들과 금속 탐지기가 대기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라며 "이미 두 번이나 암살 시도가 있었는데 이 정도의 무능함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인터뷰에서 "총격범도 상당히 무능했다. 결국 들켰지 않느냐"라며 "무슨 일이든 트집을 잡으려면 잡히기 마련. 하지만 어젯밤 요원들은 정말 잘해줬다"고 했다.
앨런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범행 대상을 향해 소아성애자, 강간범, 반역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 행정부가 한 일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료들을 노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도넬 기자가 성명문 중 소아성애자, 강간범 표현이 적힌 대목을 읽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 부분을 읽을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본인을 지칭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CBS 취재진을 향해 "당신들은 끔찍한 사람들이고 난 강간범이 아니다. 누구도 강간하지 않았다"며 "정신나간 사람이 쓴 헛소리를 읽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그 글을 읽은 것을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라며 "나는 그런 짓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도넬 기자가 "이것은 총격범이 적은 말"이라고 해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그런 내용이 방송돼서는 안 된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면서도 인터뷰는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을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인터뷰에서 "제정신이 아닌 사람 때문에 행사가 취소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보안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이런 일이 또 벌어지게 둘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