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수입국, 美국채 팔아 '환율 방어'

조한송 기자
2026.05.20 04:05

물가 오르자 자국통화 매수 ↑
3월 45조원 판 中 '순매도 1위'

3월 미국 국채 순매도 상위국/그래픽=윤선정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직격타를 맞은 중동산 원유 수입국들이 전쟁 직후인 지난 3월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물가가 높아지면서 자국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하고 자국 통화를 사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19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미 국채 순매도액이 가장 컸던 국가는 299억달러(약 45조원)를 기록한 중국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별 비교가 가능한 2023년 2월 이후 최대규모의 순매도액이다.

순매도 2위는 현재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으로 239억달러(약 36조원)로 집계됐다. 이어 스페인(약 117억달러) 튀르키예(약 103억달러) 인도(약 80억달러) 프랑스(약 76억달러) 네덜란드(약 60억달러) 콜롬비아(약 35억달러) 인도네시아(약 30억달러)가 3~9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16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로 10위에 올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원유 수입국에서 미 채권의 매도세가 두드러졌다"며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의 환율당국이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미 국채를 매도, 자국 통화매수 개입에 나섰을 것이란 관측이다.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가격(달러 기준)의 물건을 수입해도 이전보다 비용이 커져 국내 물가를 끌어올린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전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오가는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유가(WTI 기준)는 지난 3월말 기준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닛케이는 지정학적 위기로 중동산 원유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압력도 덩달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G)에 따르면 3월 기준 인도 루피화 가치는 달러 대비 3% 미만,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1% 이상 각각 하락했다.

닛케이는 더불어 미 국채 수익률 상승(국채가격 하락)을 예상한 금융기관들의 매도(채권가격 하락)도 미 국채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편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은 18~19일 프랑스 파리에 모여 이란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와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논의한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장관은 첫날 일정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유가상승과 호르무즈해협 폐쇄로 발생했다는 점에 대한 회원국간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도 "(이와 관련한) G7 차원의 공동행동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각국이 자국 시장의 상황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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