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공무원의 인기가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 안정적인 고용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과의 처우 격차, 높은 업무 부담 등이 겹치면서 청년층의 공직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6일 인구 50만명 이상의 대도시 가운데 일본 정부가 지정한 '정령지정도시(정령시)'에서도 지방공무원 채용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처우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행정 서비스 유지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지방공무원 채용시험 경쟁률은 1999년도 14.9대 1에서 2024년도 4.1대 1로 크게 떨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술직 지원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고, 고베시와 지바시, 사이타마시 등 주요 도시에서도 채용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인력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도시 개발, 복지, 방재 등 행정 서비스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간기업의 임금은 빠르게 올랐지만 지방공무원의 임금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낮았고, 인력 부족으로 업무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개월 이상 휴직한 지방공무원은 10만명당 2372명으로 1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3~34세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대기업(28.7%)으로 나타났다. 이어 공기업(18.6%), 국가기관(15.8%) 순이었다. 국가기관 선호도는 2년 전보다 0.4%포인트 감소했다.
국가공무원 9급 공개채용 경쟁률도 하락세다. 2021년 35대 1이었던 경쟁률은 지난해 24.3대 1까지 떨어졌다. 낮은 처우와 업무 부담, 기술직 기피 현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청년층의 직업 선택 기준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수입'을 중요하게 본다는 응답이 40.0%로 가장 높았고, '안정성'은 23.3%로 뒤를 이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은 여전하지만, 높은 보상과 성장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단순한 임금 인상뿐 아니라 업무 범위와 업무량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공공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공무원 인력난을 단순한 채용 문제가 아닌 구조적 과제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