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해외 미국 영사관에서 이민비자를 신청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고액 보증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력이 부족한 외국인의 미국 이민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인용해 "국무부는 경제적 능력이 제한된 외국인의 (미국) 이민을 제한하고, 미국으로 이주하는 모든 이민자가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규제 정책의 일환으로 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들은 "이번 논의는 이민비자 신청자를 대상으로 고액의 보증금을 부과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우선 소수 국가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일부 국무부 관계자들은 보증금 규모를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로 제안했다"며 "보증금은 신청자의 개별 사례에 따라 이(10만달러)보다 많거나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청자가 낸 보증금은 미국 시민권 취득 이후에나 돌려받을 수 있다. 영주권자가 미국에 정착한 뒤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으면 보증금이 담보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토미 피곳 미 국무부 대변인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에 이민하려는 사람들은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무부는 이민국적법(INA)상 기존 권한을 활용해 일부 비자 신청자에게 보증금을 요구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는 (비자 신청자가) 스스로를 부양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민비자는 외국인이 미국에서 영구적으로 거주하며 일할 수 있도록 허가해 미국 입국 즉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비자다. WSJ에 영주권자인 외국인이 시민권을 얻기까지는 최소 5년이 걸린다.
미국이민변호사협회의 샤르바리 달랄-데이니 정부 대응 담당 책임자는 고액의 보증금이 이민을 단념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검토 중인 보증금의 목적은 (이민자의 미국 정착이 아닌) 특정 유형의 이민자를 막으려는데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시스템을 '돈을 내야 참여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 부유층만 미국을 방문하거나 가족과 재회하고, 더 많은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WSJ는 "이민비자는 주로 미국 시민권자의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 초청에 사용된다"며 "국무부는 통상 연간 약 50만건의 이민 비자를 발급한다. 그러나 올해는 (이민 규제 정책 등으로) 그 수가 많이 감소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어 "외국인 상당수는 더 나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위해 미국 이민을 선택한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인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라며 "미 정부가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준다고 해도 당장 10만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