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결혼을 앞둔 은행원 김모씨는 신혼집 마련 자금을 한국 증시에 투자했다가 지난달 2000만원 손실을 봤다. 올해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술주 상승세를 타고 9000에 근접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장중 5300선 이하까지 떨어졌다. 김씨의 투자 원금 대비 손실 비율은 25%였다. 김씨는 "씁쓸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만회할 것"이라며 "더 큰 위험을 감수한 사람들의 고통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영국 BBC는 14일(현지시간) 게재한 기사에서 최근 급등과 급락을 거듭한 한국 증시에서 큰 손실을 입은 한국 투자자들 사례를 공개헀다.
다른 투자자 김모씨는 올해 초 직장에서 받은 보너스의 절반가량을 SK하이닉스 주식에 투자했다. 주가가 네 배까지 오르며 투자금이 크게 불어났지만 이후 상승분 대부분이 사라졌다. 현재 그의 투자금은 약 3억원으로 주가가 최고점에 올랐을 때와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그는 "그걸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BBC에 말했다.
마케팅 기업 종사자 박모씨는 SK하이닉스 주가가 10배 상승하는 것을 보고 거금을 투자했으나 1000만원 이상 손실을 봤다. 박씨는 "10월쯤 퇴사하고 사업을 하려고 모아놓은 종잣돈이었다"며 "주가가 합리적인 이유만으로 변동하지는 않는 것 같다. 가끔씩 (투자가) 도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주식 4500만원어치를 매입했다는 다른 투자자는 "한국 증시를 믿었던 내가 바보 같다"며 "장기적 안목을 갖고 그냥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BBC는 AI 열풍과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 소식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기술주에 몰렸다면서 급격한 시장 변동과 레버리지 투자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기업 BNY 소속 위 쿤 총은 코스피 지수가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역사상 가장 급격한 조정을 거쳤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정도의 하락세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하락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AI 과잉 투자 우려를 꼽았다. 천문학적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AI 서비스 업체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계속해서 이익을 낼 수 있는지, AI 기업들의 투자가 중단된다면 AI 기업들을 최대 고객으로 두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이 지수를 끌어내렸다는 것.
투자 분석가 토비아스 레거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등 "극도의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BBC는 "지난달 말까지 한국의 개인 투자자 계좌 약 120만 개가 마진콜을 받았다"며 "이는 한국의 경제활동인구 30명 중 1명꼴에 해당한다"고 했다. 마진콜은 레버리지 투자 시 계좌 내 주식 평가금액이 최소 유지 증거금 이하로 떨어졌을 때 추가 증거금 납입을 요구하는 통지를 가리킨다.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해외 증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벤짐라는 최근 하락 기간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코스피 지수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도쿄 주가지수나 미국 주식시장처럼 규모가 크고 다양한 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변동성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 증시 변동성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