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30년 만에 최고… 일본은행, '엔저 잡기' 금리인상 딜레마

조한송 기자
2026.08.18 09:09

미·일 공조 개입에도 엔화 약세, 엔저·물가 잡으려면 금리 올려야

(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 미국과 일본 재무당국이 공동 성명을 통해 엔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사실을 발표한 3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과 일본이 지난달 31일 엔화 매수 공동 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이번 조치가 지난해 9월 발표된 미·일 재무장관 공동성명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2026.8.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일본 경제가 3개 분기 연속 성장을 이어갔지만 내수 침체와 국채금리 급등, 그리고 엔화 약세(엔저) 악순환 속에서 일본은행(BOJ)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3%(연율 1.1%) 증가했다. 이는 연율 2% 안팎일 것이라던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돈 것이다. 개인소비와 설비투자가 동반 감소하며 내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운데, 수입 감소 착시효과가 성장률을 떠받쳤다.

이처럼 경기의 기초체력이 약화된 상황 속에서도 엔화 약세 방어와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 인상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미국 통화당국과 함께 엔화를 사들이는 '미·일 공조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음에도 엔화 약세 흐름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달러당 159.39엔에 거래되고 있다. 마지노선으로 평가되는 1달러당 160엔에 바짝 다가갔다.

"금리 올려라" vs 내수 타격 우려

시장에서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효과를 지속하려면 결국 엔화 약세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미·일 간 금리 격차를 줄여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일본은행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해외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은 BOJ가 연내 최소 두 차례는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 같은 금리인상 전망이 채권시장에 반영됐다. 도쿄 채권시장에서는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가 한때 연 2.93%까지 치솟았다. 이는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일본 금리 상승이 미국 국채 금리로 전이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 또 엔화 안정을 위해 일본은행에 조기 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 시장의 통설이다.

하지만 일본 당국 입장에선 금리 인상이 엔화 가치 하락 방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부진한 내수 경기에는 추가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딜레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소비세 감면 및 적극재정에 따른 국채 발행 확대 우려까지 겹친 상황이다. 시장에는 "일본은행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선입견이 깔려있다.

한 아시아계 헤지펀드 매니저는 닛케이에 "일본은행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뒤처져 엔화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는 시각은 바꿀 수 없다"며 "시장과 미·일 통화 당국의 줄다리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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