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쓰나미, 기후 변화 탓"...네팔, 온실가스 배출국에 보상 요구

이재윤 기자
2026.09.02 07:45
1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사상 '최악의 대홍수'로 신음하고 있는 네팔이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을 향해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무장관이칸티푸르TV 시사 프로그램 '파이어사이드(Fireside)'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칸티푸르TV 화면 갈무리.

1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사상 '최악의 대홍수'로 신음하고 있는 네팔이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을 향해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네팔 정부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으로 규정하며 국제 사회에서 책임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무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칸티푸르TV 시사 프로그램 '파이어사이드(Fireside)'와 인터뷰에서 "네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사실상 미미하지만 우리가 만들지 않은 세계적인 위기에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카날 장관은 앞으로 재난 이후 국제사회의 지원을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정의와 보상'의 문제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자선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도덕적 책임의 문제"라며 중국과 미국, 인도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을 거론했다. 이어 이들 국가가 역사적으로 기후변화에 더 큰 책임이 있는 만큼 네팔과 같은 취약국에 보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미 네팔 정부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카날 장관은 설명했다. 그는 네팔 재무부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에게 기후변화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으며, 앞으로 열리는 각종 국제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일(현지시간) 대홍수 피해 지역인 네팔 위어댐 인근 모습./라수와(네팔)=뉴시스

카날 장관은 이번 대홍수를 '히말라야 쓰나미'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장을 둘러본 결과 이번 재난은 일반적인 계절성 홍수와는 차원이 달랐다며 "파고가 20~30m에 달하고 이동 속도는 시속 180㎞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빙하가 빠르게 녹고 히말라야 지역에서 이 같은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는 배경에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있다고 주장했다.

네팔을 덮친 대홍수는 지난달 26일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 붕괴에 이어 대량의 얼음과 암석, 토사가 하천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기온 상승과 빙하 융해가 산악 지형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홍수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카날 장관은 히말라야의 위기가 '네팔 한 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히말라야 빙하가 사라질 경우 갠지스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에 의존하는 남아시아 지역의 물 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네팔만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 남아시아 문명의 생존을 위한 문제"라고 말했다.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네팔 국가재난관리청(NDRRMA)이 1일 발표한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1050명이 숨지고 3916명이 실종됐다. 부상자 292명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1만1814명이 구조됐다. 홍수로 직·간접 피해를 입은 주민은 약 160만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라수와와 누와코트 지역의 피해가 컸으며 주택과 도로, 교량은 물론 네팔의 주요 산업 기반인 수력발전소들도 대거 파괴됐다. 이 중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에 근무한 한국인 9명이 실종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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