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일(현지시간) 4.821%까지 치솟으면서 2023년 11월 이후 3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의 교전 재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 데다 재정적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4.41%로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 역시 5.30%까지 뛰면서 장·단기 국채 금리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이날 발표된 8월 민간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밑돈 데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에서 매도세가 이어지는 배경으로는 중동발 불안이 꼽힌다. 지난달 30일 미국과 이란이 한달여만에 군사충돌을 재개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타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금리선물시장에서 9월 중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은 전날 67.2%에서 이날 8월 고용지표 발표 이후 62.2%로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올해 안에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은 38.0%, 0.5%포인트 인상될 확률은 40.5%, 0.75%포인트 인상될 확률은 10.9% 수준이다. 최소 한차례 이상 인상될 확률을 89.4%로 보고 있는 셈이다.
채권 매도세는 미국을 넘어 이미 전 세계 주요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이날 장중 3%를 넘어서면서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도 장중 5.92% 수준까지 올라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독일과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각각 2011년,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고금리 기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블랙록 투자연구소는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정부 차입, 민간 투자 수요가 맞물려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스의 아제이 라자드야크샤 연구원은 "막대한 정부 부채와 공급망 차질로 현재의 고금리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한 뚜렷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시장 불안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G20 회의에서 "경제 성장을 통해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최근 1년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2.1%)에 비해 재정적자 비중(GDP 대비 6% 초과)이 지나치게 높아 성장만으로 부채를 해소하긴 어렵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